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 4명 기피 신청특정 사건 겨냥 재판부에 사법권 침해 지적전담재판부 설치 근거 놓고 법적 정당성 공방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과의 충돌 지적 나와
  • ▲ 윤석열 전 대통령. ⓒ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 ⓒ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12·3 비상계엄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이 항소심 재판부를 상대로 잇따라 기피 신청을 내면서 본안 심리가 첫 공판부터 멈춰 섰다.

    특정 사건 처리를 위해 별도로 설치된 '내란전담재판부'를 둘러싼 위헌성 논란이 항소심 절차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재판부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법리 다툼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피고인들의 기피 신청이 인용될 경우 재판부 재배당은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가 내란전담재판부법에 제동을 걸 경우에는 항소심 절차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피 신청이 재판 지연 논란을 넘어, 내란전담재판부의 설치 근거와 항소심 절차의 헌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법리 다툼으로 번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종현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종현 기자
    ◆ 내란 사건 항소심 첫 공판 공전 … 피고인 측 "전담재판부 위헌 및 유죄 예단"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고법판사 이승철 조진구 김민아)는 지난 14일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의 실질적 심리를 진행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3일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데 이어, 법정에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측도 현장에서 같은 취지의 신청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8명 중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김 전 대장 등 4명의 재판은 첫 기일부터 중단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기피 신청이 제기된 만큼 변론을 분리하고 공판기일은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김 전 대장 측 또한 기피 신청 의사를 밝혔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측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며 간이기각을 요청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 단계에서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법관 기피 신청이 제기되면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거나 절차가 부적법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재판은 정지된다.

    이번 기피 신청의 핵심에는 내란전담재판부 자체의 위헌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지난 2월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설치된 내란전담재판부로,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내란·외환·반란죄 또는 관련 사건을 담당한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은 특정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별도로 구성된 전담재판부가 헌법상 '법률에 의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장관 측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 구성이 공정하거나 객관적인 게 아니라면 과연 심리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심판을 헌재로 보내고 이 사건은 정지해야 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같은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김 전 장관 측도 지난달 21일 같은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면 해당 사건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가 자신들의 구성 근거가 된 법률의 위헌성을 직접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기피 사유로 연결했다. 

    반면 재판부는 김 전 장관 측 신청을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의 '예단' 문제를 별도 기피 사유로 내세웠다.

    해당 재판부는 지난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해당 사건 기피 대상 법관들은 선행사건 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첫 공판기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죄의 심증과 선입견을 대외적으로 여실히 공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본격적으로 다퉈져야 하는데 관련 사건에서 먼저 판단이 내려진 뒤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취지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피고인들의 잇단 기피 신청으로 12·3 비상계엄 사건 항소심이 본안 판단에 앞서 전담재판부의 헌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서울고법. ⓒ뉴데일리DB
    ▲ 서울고법. ⓒ뉴데일리DB
    ◆ 학계 "내란전담재판부, 입법부의 사법권 침해이자 사법 독립 훼손"

    일각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헌법 교수는 "재판 조직은 원칙적으로 사법부가 결정해야 하는 영역인데, 입법부가 법률로 특정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를 만든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어떤 사건을 어느 재판부가 맡을지는 법원 내부의 사무분담과 사건배당 원칙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특정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입법부가 결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소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는 일반적인 전문재판부와 달리 특정 정치적·형사적 사건군을 겨냥해 설치된 성격이 강하다"며 "입법부가 법률로 특정 사건을 맡을 재판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법권 독립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전담재판부가 특정 사건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는 특정 사건 유형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일반 전담부라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군과 연루돼 만들어진 재판부"라며 "이 경우 재판부가 중립적으로 배정됐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단순히 재판을 받을 권리만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포함한다"며 "재판부 구성 단계에서부터 특정 사건을 겨냥했다는 의심이 생기면 실제 판결의 공정성은 물론 재판의 외관상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기피 신청 인용 여부는 별도의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보면서 "형사소송법상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인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법 자체의 위헌 소지와 별개로, 개별 재판부가 이 사건에서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기피 신청을 냈다고 곧바로 재판부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전담재판부 설치의 헌법적 정당성과 개별 재판부의 공정성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송 지연 주장만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