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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서 여자, 특히 아내로 살아가는 것은 힘겹다 못해 절망적이다.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고, 결혼할 때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도 없다. 대개 아버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남의 집으로 팔려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혼을 한 후 가정에서의 역할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편의 가족을 위해 노예처럼 봉사하는 것만이 아내의 숙명이다. 그 세계를 벗어나면 어느 한 군데 의지할 곳이 없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레이첼 레이드 연구원은 "집이 싫어서 도망을 치다가 잡히면 집단 강간을 당하거나, 감옥에 들어가야 하고 그런 다음 다시 집으로 보내진 뒤, 그곳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망치다 잡힌 여성이 남편이나 그 시집 식구들에 의해 귀나 코 같은 신체의 일부가 잘리거나, 심지어 돌에 맞아 죽는 일도 허다하다.
이 여성들이 구차한 삶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탈출 수단은 자살 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아프간 여성들의 분신자살이 늘고 있다면서 "아무리 가난한 가정이라도 성냥과 음식을 해먹기 위한 연료는 있는 법이다. 이 묘한 조합이 아프간 아내들의 삶을 끊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의 유일한 화상 치료 기관인 헤라트 병원의 기록에 따르면 올해 10월 초까지 75명의 여성들이 화상으로 입원하거나 병원 도착 후 숨졌으며, 대부분이 결혼한 여성들의 분신 자살 또는 자살기도 였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병원에도 오지 못하고 숨진 사람을 포함시키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NYT는 추정했다.
분신 자살을 기도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져 병원에 입원한 할리마(20)는 "처음엔 지붕에서 뛰어 내릴 까 생각했지만, 그건 다리가 부러지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성냥과 연료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의 비참한 삶은 10대 초중반의 나이에 혼인하는 조기 결혼이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최소한 45%의 아프간 여성들이 18세가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16세 미만이었다.
여덟살에 약혼하고 열두살에 결혼했다가 열일곱에 자살을 기도한 파렌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파렌자의 친정 아버지는 아들의 결혼 상대로 정한 여자의 집에 파렌자를 시집 보내기로 약속했고, 시집의 요구로 열두살에 결혼을 시켰다. 신혼 첫날 아침 부터 파렌자는 두 살 많은 남편의 구타와 욕설 속에 살아야 했다. 특히 오빠가 두번째 부인을 얻은 뒤 시집의 박해는 더 심해졌고 친정엄마와 만나는 것 조차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가 분신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시아버지가 "너는 몸에 불을 지를 만한 용기도 없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남편과 들녘으로 나간 그녀는 6개월된 딸을 남편에게 맡긴 채 스스로 몸에 연료를 붓고 성냥을 그었다. 친척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파렌자는 평생 딸을 볼 수 없어도 시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