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들인 이식, 3년째 시름시름...수액주사기 웃음꺼리건강 최악, 이번 겨울 고사할지도…서울시 "안죽는다"
  • “나쁜 놈들, 광장 만든다고 은행나무 다 쫒아내더니 몇 년째 다 말려 죽이고 있어.”

    8일 오전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미화원들이 쓸어 담는 은행낙엽을 바라보던 박신갑(76)씨가 한마디 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유독 다른 은행나무에 비해 말라 버린 한 그루에 걸린 수액 주사를 보고 수군거리는 모습이 못내 불쾌했던 모양이다.

    수액 주사가 달린 은행나무 옆에는 ‘광화문 광장 조성으로 이주한 은행나무라 수세가 쇠약해 영양제 공급을 하고 있다는 안내 푯말이 붙어있었다.

    “내가 어릴 적 동무 같은 은행나무지. 그늘 밑에서 쉬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근사한 데이트 코스기도 했는데….”라고 연방 중얼거리며 박 씨는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데 가뜩이나 약해보이는 은행나무가 죽어버릴까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 8일 오전 종로구 정부종합청소 앞에 심어진 은행나무에 달린 영양수액 주사기를 관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뉴데일리
    ▲ 8일 오전 종로구 정부종합청소 앞에 심어진 은행나무에 달린 영양수액 주사기를 관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뉴데일리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에 밀려 중앙분리대에서 정부종합청사 인도로 밀려 온 은행나무가 이식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본래 이들 은행나무는 세종로 한복판 중앙분리대에 한 줄로 서 있었다. 최하 50년에서 100년에 이르는 수령을 자랑하는 광화문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이 시작되면서 은행나무는 바깥으로 밀려났다. 정부중앙청사 앞 보도에 14그루가 이식됐고 맞은편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앞에 15그루가 옮겨졌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제대로 이식을 해도 30% 정도는 고사한다는 통계가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문제없다’며 이를 강행했다.

    이 작업에 무려 7억원이라는 예산과 수개월이라는 작업 시간이 소요됐다.

    그 결과로 10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중심부를 지켜왔던 은행나무들은 결국 ‘몸살’을 앓게 됐다.

    서울시 파악 결과 현재 이식된 29그루 중 3그루는 영양결핍 현상과 황화현상을 보일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주변에 아직도 풍성한 잎을 달고 있는 기존 은행나무와 비교하면 안타까울 지경이다. 지난 8월 서울시와 함께 이곳을 조사한 나무종합병원 관계자도 “이번 겨울을 지켜봐야겠지만 상태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고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심을 때 제대로 심었는지...그 풍성했던 녹지대도 만들어 주지 않고 돌로 목을 조여놨으니, 쯧쯧"

     언론과 시민단체들도 크게 우려했지만, 결국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괜찮아 질 것’이라는 대답이다.

    관리를 맡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조경시설과 관계자는 “일부 은행나무가 잎을 피우지 못하는 등 적응에 어려움이 있지만 곧 건강해질 것”이라며 “이식한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고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풍 계절에 이처럼 앙상하다니...황홀했던 노란 아름다움도 사라졌네요" 산책하던 시민 김용훈(38)씨는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아름드리 가로수도 죽이면서 무슨 디자인 서울입니까?"

  • ▲ 수억원을 쏟아부어 옮겨심은 광화문 은행나무들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8일 오전 잎이 거의 없는 이주 은행나무 주변으로 아직도 잎이 풍성한 기존 은행나무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뉴데일리
    ▲ 수억원을 쏟아부어 옮겨심은 광화문 은행나무들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8일 오전 잎이 거의 없는 이주 은행나무 주변으로 아직도 잎이 풍성한 기존 은행나무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