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현이 돌아온 것은 열 하루만이었다.
    신혼여행을 떠난 윤상기가 돌아오기 이틀 전날이 된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오후 열두시 반이어서 고수연과 서미정은 숏팬티 차림으로 퍼질러 앉아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중이었다. 물론 낮 시간이라 철가방은 아파트 현관 앞까지 들어왔다.

    ‘철컥’ 하고 문이 열렸을 때 둘은 현관을 보았는데 각각 짜장면 면발이 입에 매달려 있었다. 특히 서미정은 입술 위쪽이 짜장으로 칠갑이 되었다.

    「엄머.」
    기겁을 한 서미정이 얼굴을 돌리다가 짜장면 면발을 입에서 떨어뜨렸다. 당황한 고수연은 면발을 뱉았지만 그게 그거다.

    「어, 먹어라, 먹어.」
    하면서 윤대현이 몸을 틀어 문간방으로 들어섰다. 문간방이 현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관찰할 시간은 적었다.

    둘은 그것으로 점심식사를 그만 두었지만 기분이 개운할 리가 없다. 특히 고수연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고수연이 욕실에서 입을 씻고 나오면서 말했다.

    「시발놈이 미운 짓만 한다니까.」
    「근데 날씨도 흐린데 왠 선그래스야?」
    하고 서미정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고수연은 시큰둥 했다.

    「그 여자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눈을 가늘게 뜬 고수연이 문득 좋은 일이 생각났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떤 상판을 지을지 구경 좀 하자.」
    「니가 직접 물어볼꺼야?」

    말리지는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내며 서미정이 묻자 고수연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럼 비겁하게 내가 널 시키겠어? 내가 직접 말 못할 이유라도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넌 저 방탕하고 더러운 호빠놈한테 아직도 미련이 있어?」
    「니가 좀 이상해.」
    하고 서미정이 눈을 가늘게 떴으므로 고수연이 심호흡을 했다.

    긴장한 듯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고수연의 시선을 받은 서미정이 말을 잇는다.
    「비정상적으로 과격해. 그것이 다른 식으로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단 말야.」
    「이년이 아직도 머리 좋은 척 하고 있어.」
    「너희 둘은 내 관찰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해.」
    「이년아, 나는 빼.」
    「난 오빠를 오늘 본 순간에 결심했어. 오빠 아이가 있더라도 이해하기로. 아이를 내가 키워도 돼.」
    「아이구 머리야.」

    손바닥으로 머리를 짚은 고수연이 서미정을 힐끗 보았다. 서미정의 정색한 표정을 본 고수연이 털썩 침대 끝에 앉는다.

    「아이구, 이거 어떡해. 미친년 하나 생겨났어.」
    「자, 가자.」

    자리에서 일어선 서미정이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 이를 좍 펴 비치면서 말했다. 고춧가루나 짜장이 아직도 붙어있나 점검하는 것이다.

    입을 다문 서미정이 이제는 머리를 틀어 제 다리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면서 말을 잇는다.
    「이 다리로 오빠를 쫙 감으면 멋질텐데. 물론 벗고 말야.」

    고수연은 눈만 깜박였고 이제 한쪽 다리를 침대 위에 걸친 서미정이 요염한 자태를 연출해 보였다.

    「오빤 쎌거야. 아우, 나 정말 미치겠어.」

    그때 자리에서 일어선 고수연이 방을 나갔으므로 서미정이 서둘러 따른다. 나가면서 머리 매무새를 만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숏팬티도 더 치켜 올려 다리도 더 길게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