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옮긴 호텔은 그곳에서 2백미터쯤 떨어진 약간 혼잡하고 지저분한 분위기였다.
    김동수는 조대준의 이름으로 방을 예약했는데 호텔까지 오는 동안 누가 미행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너, 참 바쁘게 사는구나.」
    방에 들어 와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을 때 조대준이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조대준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역시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지금도 알바쟁이다.

    조대준이 가방을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거 넘기면 얼마 남는거냐?」
    「내 앞으론 원금하고 경비 제하고 5천쯤 남겠다.」
    「으음.」

    신음을 뱉은 조대준이 정색하고 김동수를 보았다.
    「야, 나 좀 끼워줄래? 부탁 좀 하자.」
    「얀마, 이거 걸리면 전과자 되는겨. 글고 난 심부름꾼이다. 시킨대로만 하는 놈이란 말여.」

    조대준의 시선을 받은 김동수가 쓴웃음을 지으면 말을 잇는다.
    「내가 어떻게 여기 중개상, 서울 도매상을 엮을 수 있겠냐? 5개월밖에 안된 초짜가 말이다. 난 몸으로 뛰는 처지란 말이다.」
    「몸으로 뛰어도 한탕에 5천 남긴다면 그게 어디여?」

    조대준이 김동수를 노려보았다.
    「그게 안된다면 당분간 니 보디가드로라도 취직 시켜주라.」
    「이런 일이 많은게 아냐. 한달에 한두번.」
    「그럼 넌 한달에 1억?」
    「야, 다 그런 게 아냐.」

    손을 저어보인 김동수가 팔목 시계를 보았다.
    「나가서 밥 사먹을 순 없으니까 내가 먹을 거 사올게.」
    「그렇구만.」
    가방을 손바닥으로 두들겨보인 조대준이 웃었다.
    「이 보물을 호텔방에 놔두고 갈 수는 없지.」
    「넌 인천에서 내릴 때 나한테서 떨어져.」

    정색한 김동수가 말을 잇는다.
    「걸려도 나 혼자 걸릴테니까 말이다.」
    「손을 다 써 놨다면서?」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문으로 다가간 김동수가 조대준을 돌아보며 말을 잇는다.
    「이런 일 하면서 배운게 뭔지 알아? 아무도 믿지 말라는거다.」

    방을 나온 김동수가 호텔 근처의 식당에서 국수와 반찬가지를 사들고 왔을 때까지는 20분쯤이 걸렸다. 열쇠를 가져갔으므로 문을 열고 들어섰던 김동수는 그 자리에서 몸을 굳혔다.

    방구석에 조대준이 팔과 다리를 묶인 채 모로 눕혀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입에는 테이프까지 붙여져 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놓았던 가방도 보이지 않는다.

    김동수는 조대준에게 다가가 입에 붙인 테이프부터 떼내었다. 그러자 조대준이 신음을 뱉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세 놈이 밀고 들어왔어.」

    손을 감은 테이프를 떼어냈더니 조대준이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쓸면서 다시 신음했다.
    「무조건 날 패고 묶고 나서 가방을 가져갔어. 글고 내 여권하고 지갑도.」

    조대준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야, 이거 어떡허냐?」
    「어쩐지 일이 술술 풀리더라니.」

    어깨를 늘어뜨린 김동수가 방바닥에 주저앉아 침대 기둥에 등을 붙였다. 조대준의 시선을 받은 김동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는다.

    「시발,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