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軍, 신형 장비 확보에만 돈써 훈련용 탄약, 유류 등은 부족해군 15년간 미사일 36발 발사…공군 2009년 훈련탄 예산 454억 불과'안전제일' 핑계로 실전적 훈련 피하는 지휘관, 문책해야
  •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여론은 계속 드러난 군의 불량무기에 대한 비판에 집중됐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위한 기초체력, 즉 훈련의 양과 질이 모두 부실하다는 점이다.

    각 군의 훈련교육탄약 부족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는 ‘안보태세점검총괄회의’를 만드는 등 안보 전반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다. 이후 9월 27일 발표된 2011년 국방예산에는 훈련을 위한 탄약 및 무기 구입 예산이 2,585억 원에서 2,858억 원으로 10% 이상 증액됐다.

    하지만 이는 통계 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일 뿐 우리 군이 연간 사용하는 탄약과 각종 무기류의 양(量)은 주변 강대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육군의 경우 각 제대별 교육에 사용되는 탄약(이하 교탄)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러다보니 신병은 물론 고참 장병들까지도 사격능력이 형편없다. 지난 13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서종표 의원(민주당)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9개의 사단ㆍ여단의 병사들의 평균 사격합격률은 80.6%, 간부(장교 및 부사관)들의 합격률은 89.8%로 나타났다.

  • ▲ 군이 강원도 인제에 만든 과학화전투훈련장(KCTC: Korea combat Training Center)에서 장병들이 훈련을 준비 중이다. 실탄 대신 마일즈(MILES: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를 사용한다. 비용과 안전 문제는 해결했으나 실전적인 경험을 하기엔 부족하다.ⓒ
    ▲ 군이 강원도 인제에 만든 과학화전투훈련장(KCTC: Korea combat Training Center)에서 장병들이 훈련을 준비 중이다. 실탄 대신 마일즈(MILES: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를 사용한다. 비용과 안전 문제는 해결했으나 실전적인 경험을 하기엔 부족하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합격기준이 60%임에도 병사들은 10명 중 2명꼴로, 간부들은 10명 중 1명꼴로 불합격했다는 것은 군의 전투태세에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육군의 교탄 보급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질의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소총 사격 이외에 공용화기, K계열 기갑 장비들의 사격 훈련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다수 예비역들에 따르면 실탄 사격 훈련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해군과 공군은 각종 유도무기 실제 사격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지난 12일 해군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해군 유도탄 발사 실패’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해군이 마치 무기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처럼 알려졌다. 이튿날 해군은 그동안 언론에 알리지 않았던 속사정을 솔직히 밝혔다. 

    해·공군, 미사일 비싸서 훈련 못해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해군이 실제로 사격했던 유도탄의 숫자는 모두 36발. 연간 평균 2~3발 가량이다. 그 중 우리 해군의 주력 유도탄인 ‘하푼’ 대함미사일은 모두 15발(3발은 잠수함 발사 대함미사일)이었다.

    해군 관계자는 “안전하게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역(空域)에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림팩 등 합동훈련 때만 해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무기 가격이다. 1975년 처음 개발된 하푼 미사일의 80년대 초 가격은 1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7억 원). 최근 가격은 약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다. 우리 해군의 주력 함대공 미사일인 SM-2의 가격 또한 강남의 중형 아파트 값인 11억5,000만 원 정도다.

    공군도 만만치 않다.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 사이드와인더의 가격은 8만4,000달러(한화 약 9,000만 원)가량이고, 중거리 미사일인 AIM-120 암람(ARMRAAM)은 30만 달러(한화 약 3억5,000만 원) 정도다. 정밀폭격에 사용되는 GBU-12나 GBU-24는 15만 달러(한화 약 1억 7,000만 원)이다. 장거리 타격무기인 SLAM ER의 가격은 약 70만 달러(한화 약 8억 원)에 달한다.

    반면 공군의 2010년 교탄용 무기 예산은 454억 원. 공군의 전투기 숫자가 430여 대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1년에 전투기 1대가 미사일 1발도 제대로 사격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1년 관련 예산은 5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가 증가했다고는 하나 주변 강대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軍, 자기 만족감보다는 실전 같은 훈련 추구해야

    공군 관계자는 “사격 훈련의 경우 최근에는 파일런(날개에 무기를 장착할 수 있게 만든 곳)에 장착하는 훈련용 포드(POD)로 실제 사격 못지않은 훈련을 할 수 있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사격훈련만큼 똑같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 ▲ 미해병대의 공용화기(대전차화기) 실탄사격 장면. 우리 군이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 미해병대의 공용화기(대전차화기) 실탄사격 장면. 우리 군이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이 같은 실상을 보면 지금 당장 우리 군에 필요한 것은 멋지고 우수한 장비 보다는 장병들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는 탄약과 무기, 훈련장이 필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총, 전차, 전투기가 있어도 입으로 ‘빵야’ 소리 내는 전쟁놀이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면,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전쟁이 나면 언제든 죽을 수 있고, 실전 같은 훈련을 해야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투정신이 체화(體化)되어야 한다.

    군 지휘부 또한 '안전제일'을 핑계로 각종 화기훈련을 피하지 말고 보다 과감하게 훈련에 임해야 한다. 소총사격 하면서 행정편의를 위해 탄피 개수에 집착하는, '60년대식 훈련'으로는 장병들의 사격실력이 향상될 수 없다.

    군이 천안함 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내실을 다지는 훈련 보다는 외부인사와 국민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일에 집중하고, 훈련에 필요한 탄약과 유류보다는 군이 ‘갖고 싶은 장비’를 확보하는데 예산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국민으로부터가 아니라, ‘김정일 정권에게 신뢰를 얻는 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