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를 끝냈을 때는 세시간 쯤 후인 오전 12시경이었다.

    「괜찮어.」
    안경을 벗은 검사원 최선생이 김동수에게 말했다.
    「진짜로 속여서 팔아묵어도 되겠어.」
    「거봐.」

    얼굴을 펴고 웃은 하영진이 다시 중국어로 방안의 두 사내에게 말했다. 사내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자, 그럼 계산 하실까?」
    하고 하영진이 눈짓을 했으므로 김동수는 화장실로 따라 들어섰다.
    「이 방은 내가 잡아 놓았으니까 저녁에 배 탈때까지 쓰면 돼요.」
    하영진이 문에 등을 붙이고 서서 말했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수가 지갑에서 1천만원권 수표 5장을 꺼내 내밀었다.
    「우리 사이에 믿고 받아야겠지만.」
    수표를 받아 쥔 하영진이 눈웃음을 쳤다.
    「아랫층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이 수표를 확인하는데 10분이면 될거야.」
    하영진이 이제는 완전히 하대를 했다.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김동수가 하영진과 함께 화장실을 나왔다.

    최선생과 조대준을 향해 잠깐 로비에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하영진은 두 중국인에게 중국어로 이야기 했다. 그래서 방을 나올 때는 중국인까지 넷이 나왔다. 방에는 시계 가방과 함께 둘이 남은 것이다.      

    넷이 로비로 내려왔더니 안쪽 소파에 앉아있던 사내가 손을 들었다.
    「많이 기다렸습니까?」
    하영진이 한국어로 묻자 사내가 김동수를 힐끗거리면서 대답했다.
    「한 30분 되었나?」
    「수표 확인 좀 합시다.」
    하면서 하영진이 사내에게 수표 5장을 내밀면서 말했다.

    「음, 국제은행 수표구만.」
    머리를 끄덕인 사내가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 박형. 납니다. 바쁘신데 수표 좀 확인합시다.」

    한국인 사업가 같다. 그리고 사내가 전화를 하는 곳은 한국계 은행일 것이다. 수표 번호를 하나씩 불러주던 사내가 이윽고 머리를 들고 하영진을 보았다.
    「됐어.」

    그러자 하영진이 김동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김형. 앞으로 잘 해보십시다.」
    「잘 부탁합니다.」

    악수를 나눈 김동수가 몸을 돌리면서 수표 확인 한 한국인은 물론이고 시계 가져온 중국인 두명하고도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동수가 방으로 돌아왔더니 최선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난 일 끝냈으니까 여기서 구경이나 다니다가 배 탈거요.」
    「그렇게 하시지요.」

    함께 있기 싫다는 눈치였으므로 김동수가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다. 선실 예약도 최선생은 다른 방을 썼다.

    「그럼 서울에서 만납시다.」
    하면서 최선생이 방을 나가자 김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야, 괜찮겠냐?」
    둘이 남았을 때 침대위에 놓인 가방을 눈으로 가리키며 조대준이 물었다.

    조대준은 일당 5십만원을 주고 고용을 했다. 배 타고 오면서 내막을 말해 주었지만 조대준은 위험 부담이 없다. 김동수가 들고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가방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김동수가 팔목시계를 보더니 가방을 쥐었다.
    「자, 나가자.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

    이 방에서 저녁때까지 있기는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