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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가 나왔다. 칠레 산 호세 광산에 갇혔다가 불륜이 들통났던 광부 요니 바리오스(Barrios·50)의 얘기다.
그가 광산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 온 부인 마르타 살리나스(Salinas·56)와 애인 수사나 발렌수엘라(Valenzuela·45)가 광산 입구에서 조우(遭遇)하면서 그의 비극은 시작됐다.
매몰 69일째인 13일 저녁(현지시각) 바리오스가 21번째로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품에는 누가 안겼을까. 바리오스를 품에 안고 진한 키스를 나눈 것은 애인 발렌수엘라였다. 광산 입구에서 그녀와 70일 가까이 신경전을 벌였던 부인 살리나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1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622m 지하에서 갇혀 고민하던 바리오스는 자신이 구출되는 날 빚어질 혼란을 우려해 지상(地上)으로 편지를 한 통 보냈다. 편지에는 바리오스 나름의 ‘해답’이 담겨 있었다.
수신자는 애인 발렌수엘라였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내가 나왔을 때 두 명이 모두 나를 맞아주길 바라오. 나는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하고 있고, 둘은 모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 서로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인 살리나스는 이 편지를 보고 폭발했다. 안 그래도 애인 발렌수엘라가 “바리오스는 나를 위해 이미 당신을 떠나기로 계획했었다”며 화를 돋우는데, 수신자가 애인 앞으로 돼 있다는 것도 못마땅했다. 바리오스의 여동생 리디아는 “살리나스는 화가 난데다 모욕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편지내용을 접한 살리나스는 “남편이 무사한 것은 신의 기적이고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남편이 여전히 다른 여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나는 그의 구조장면을 TV로라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살리나스는 남편이 구조되는 날,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바리오스는 부인 살리나스 사이에 자녀를 두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귀환(歸還)을 계기로 셋이 함께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을 꿈꿨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여동생 리디아는 “바리오스의 요청을 살리나스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는 발렌수엘라의 품으로 가게 됐다”며 “나는 그냥 바리오스가 두 명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사람과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