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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일 만에 극적으로 생환하며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칠레 광부들의 지하 생활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터널 붕괴로 지하 700m의 갱도에 갇혔던 광부들은 사고 발생 17일이 지난 후에야 지상으로 연락이 닿았다. 이 기간 동안 광부들은 지하생활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매몰 17일 간, 현장 감독 지시 따라 역할 분담
과자 반조각, 참치통조림 두 숟가락, 우유 반 컵으로 버텨생존한 광부들은 철저히 현장 감독인 루이스 우르수아(54)의 지휘를 따랐다. 먼저 우르수아는 터널이 붕괴되자 매몰된 것을 직감, 광부들을 모아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생존을 위해결속할 것을 요구했다.
우르수아는 먼저 식량 배급량을 책정, 48시간 마다 과자 반 조각, 참치통조림 두 숟가락, 우유 반 컵을 배급했다. 간호사 출신인 광부는 매일 다른 광부들의 건강을 체크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잘 내는 광부는 오락담당을 맡았다.
기록담당 광부를 두고 매일매일 광부들의 상태와 일상에 대해 기록했다. 또 이들은 2개 조로 나눠 대피소에 있는 광산용 트럭 9대 안에서 교대로 잠을 잤다. 이뿐만이 아니다. 붕괴 현장 근처에 임시 화장실을 만들어 배변을 해결했고 작은 지하수 폭포에서는 샤워도 했다. 이들은 17일 간의 지하생활동안 무려 체중이 10kg 이상 늘었다.
하이메 마날리치 칠레 보건장관은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규율과 위계질서가 군대만큼 엄격하다”면서 “오랜 경험과 리더십을 가진 우르수아가 광부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둘기’ 활용, 물자조달…캠코더 인기 가장 높아
이후 8월 22일 기적적으로 지상과 접촉이 가능해졌다. 구조대는 지름 13cm 구멍을 뚫어 간이변기와 책, 항우울제, 가족의 편지를 제일 먼저 내려 보냈다.
이어 식량과 물, 조명과 통신기기 외의 오락거리인 카드게임, 주사위 소형 비디오재생기 등을 전달했다. 물자 조달에는 '비둘기'라는 별명이 붙은 지름 12㎝ 크기의 금속캡슐이 사용됐다. 식사량도 1일 남자 성인 기준 2200칼로리에 맞춰 제공됐다. 살이 찌지 않고 '날씬한 몸매'가 유지되도록 했다.
외부로부터 물자를 공급받은 이후로 이들의 삶은 좀 더 활기를 띄었다. 먼저 아침 7시에 이상해 아침식사와 간단한 샤워를 했다. 3개 조를 나눠 오전에는 공기와 추가 붕괴 상태를 체크하는 등 각자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정오에 점심 식사 후 전체회의를 열고 기도도 빠뜨리지 않았다. 오후에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음악을 들었고 지상에서 보내준 카드, 도미노 게임을 했다.
특히, 저녁에는 조명을 줄여 낮과 밤의 개념을 잊지 않도록 했다. 의료담당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신체검사와 약 복용을 마치고 밤 10시 정각에 취침했다.
미 항공우구국(NASA)은 이들의 생활환경이 우주정거장(ISS)와 비슷하다고 판단, 이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우주인들이 먹는 고칼로리의 우주식량과 건강관리를 위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일본 항공우주국(JAXA)은 습기와 냄새를 잘 흡수하는 우주인용 속옷을 보냈다. 32도의 높은 기온 속에서 생활하는 광부들에게 굉장히 유용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전달했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묵주를 보냈다. 광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직접 사인한 유니폼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소형 프로젝터를 통해 칠레와 우크라이나의 친선 축구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광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끈 선물은 단연 고화질 캠코더였다. 이들은 캠코더에 자신들의 생활을 담아 지상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했다. 광부들은 가장 즐겨 듣던 농담들을 모아 촬영한 동영상을 올려 보내는 등 낙천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