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렌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8시 반이다.
    손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온 터여서 김동수가 입국 대합실로 나오기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렌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방문은 처음인 김동수다.

    대학 3학년때 배낭여행을 한답시고 태국과 미얀마, 베트남 3국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중국 땅은 밟지 못했다.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이 울린 것은 대합실에서 서성댄 지 5분 쯤 되었을 때였다.
    「김동수씨?」
    핸드폰을 귀에 붙였을 때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선족 동포 하영진. 뉴스타 상사의 중개인 중 하나로 김동수도 서너 번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예, 접니다.」
    김동수가 응답하자 하영진은 큭큭 웃었다.

    박미향은 하영진이 이번 거래의 중개인이라는 사실을 출발하기 직전에야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 만큼 기밀을 지키고 있다는 표시여서 김동수는 오히려 믿음이 갔다.

    하영진이 묻는다.
    「지금 어디슈?」
    「입국 대합실에 있습니다.」
    「나도 거기 있는데.」
    「제가 노란색 점퍼에다 검정색 손가방을 들었습니다. 3번 출구 앞에 있는데요.」
    「아, 찾았다.」
    하더니 곧 사람들을 헤치며 40대쯤의 사내가 김동수에게로 곧장 다가왔다.

    둥근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 번져져 있다.
    「김동수씨, 반갑습니다.」

    서로 초면이어서 하영진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두툼한 손이었다. 악수를 나눈 하영진이 눈으로 건물 밖을 가리켰다.
    「갑시다. 물건은 다 준비 되었으니깐. 검사하고 돈만 내면 끝납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저기 길 건너편 호텔. 걸어서 5분밖에 안걸립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수가 몸을 돌려 뒤에다 손짓을 했다. 그러자 두 사내가 다가왔다. 하나는 박미향이 딸려보낸 시계 검사원 최선생이었고 또 하나는 김동수의 고향 친구 조대준이다.

    그들을 본 하영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검사원입니까?」
    「예, 아무래도 여기서 검사를 해야 될 것 같아서요.」
    「그래야죠.」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하영진이 앞장을 섰다. 

    5분거리라고 했지만 항구 건너편의 거리에 위치한 호텔까지는 10분이 더 걸렸다. 작지만 깨끗한 호텔 로비로 들어선 하영진이 프론트의 직원들을 행해 큰소리로 아는 척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로 앞장서 갔다. 거침없는 태도였다.

    일행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곳은 5층이다. 하영진은 복도 끝방인 501호실에 다가가더니 벨을 누르고는 김동수를 향해 웃었다.

    「오늘 저녁에 출발 하실 때까지 맛사지나 하시지요.」

    그때 김동수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사내 하나가 똑바로 김동수를 보았다. 50대쯤의 사내는 단정한 양복 차림이었는데 긴장한 표정이다.

    하영진이 중국어로 말하더니 일행을 방으로 안내했는데 방에는 사내 하나가 더 있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는 커다란 여행 가방이 놓여져 있다. 시계인 것 같다.

    그때 하영진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검사 시작하십시다. 모두 5백 30개라는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

    그러자 50대 사내가 한국어를 알아듣는지 가방을 폈다.
    그 순간 가방 안에 가득 찬 시계가 드러났다. 갖가지의 시계가 방안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김동수는 심호흡을 했고 보디가드로 따라온 고향친구 조대준은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