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탄약부족, 틀에 박힌 비대칭 대응책 혁신 시급경직된 군- 나사 풀린 사회가 '주적'...설마가 강자 잡는다
  • 3월 말의 천안함 사태부터 9월에 일어난 각종 신형무기 사고까지 군에게 2010년은 ‘악몽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자 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군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력을 다해 추진했던 ‘대양해군’ 목표를 잠시 뒤로 제쳐두었고, 공군과 육군은 최신무기에 대한 욕심을 뒤로 미루고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보강하느라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군의 비대칭 전력과 관련해 몇 가지 우려스런 소식들이 전해졌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비대칭 전력 중 서방 언론과 국내 군사전문가들이 가장 큰 위협으로 꼽는 비대칭 전력은 특수부대와 ‘방사포(다련장 로켓 발사기의 북한식 표현)’, ‘곡산포(북한의 자주포로 170mm 구경 포탄을 최대 54km 날려보낼 수 있음)’, 그리고 ‘노동’ 시리즈로 대표되는 미사일이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정찰총국이 지휘하는 정찰여단과 우리 군의 특전사와 유사한 경보도 지도국이 지휘하는 특수부대로 나뉜다. 이들이 위협적인 이유는 부대 별 전투력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공기 부양정과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AN-2 수송기를 사용한다는 점, 남한 후방에서의 작전계획 때문이다(인구의 48% 가량이 거주하는 수도권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침투해 사보타지, 테러 활동을 벌이면 군의 전시 작전계획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북한군 방사포는 쉽게 말해 무유도 방식의 로켓탄이다. 한 번에 30여 발의 로켓을 최대 60km 떨어진 곳에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로켓 구경도 우리 군의 신형 MLRS에 비해서는 작지만, ‘구룡’ 다련장 로켓보다는 크다. 여기다 북한군은 선제공격을 위해 방사포를 휴전선 인근에 대량으로 배치해 놓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우려스런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20일 국내 언론들은 “지난 1년 동안 북한군이 방사포 200여 문을 휴전선 인근에 증강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 전방에 배치된 방사포의 숫자는 최소 500여 문 가량. 북한이 이 방사포를 수도권이나 휴전선 후방 지역의 예비사단을 향해 발사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대한 역공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구태의연한 비대칭 전력 대응책

    이상과 같은 사실들은 이미 우리 군에서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우리 군의 문제는 북한군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는 방안이 너무도 ‘틀에 박힌’ 형태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한군 특수부대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방안으로는 헬기나 전투기를 이용해 해안으로 침투하는 공기 부양정 섬멸, 특공여단과 예비군 전력을 활용해 침투한 특수부대원 포위 섬멸, 주요 기지의 대공 방어망 강화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포와 곡산포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은 적 포병이 포탄을 발사하는 위치를 추적해 타격할 수 있는 對포병공격시스템을 확충하고, 한국형 JDAM이라고 불리는 ‘KGGM’으로 갱도 속에 숨은 북한군 장사정포를 미리 공격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북한군의 ‘노동 미사일’이나 스커드 미사일은 대부분 액체연료를 사용하므로 발사 전 단계부터 이지스 구축함과 미군 정보자산을 활용해 추적한 뒤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대공 미사일로 격추한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요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일본에 전진 배치된 미군의 공중발사레이저무기인 ‘ABL-1’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방안은 모두 ‘적 또한 보통 국가의 군대이므로 우리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다는 게 문제다. 현실은 다르다. 북한군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 장비가 노후화되어 있고, 지휘부 또한 군사적 지식이 풍부한 자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위험한, ‘이상한 군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군의 약점, 북한군의 입장에서 봐야

    이 말은 우리 군의 능력이나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북한군 지휘부가 문제라는 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북한의 기습도발의 시점이나 수단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북한군은 동해상에서 ‘수괴(Water Mass)’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서 우리 구축함과 일본 해상보안청 감시선을 동시에 매복 공격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하려 할 수도 있고, 자체 개발한 구식 핵무기를 잠수정에 실어 남한 후방에 있는 주요 항만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또한 구식 미그기에 연료와 폭탄을 채우고는 수도권이 아니라 수도권 주변의 중소 도시와 고속도로에 자살공격을 감행해 주요 교통망을 마비시키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특수부대는 ‘조선족’ 등으로 위장시켜 미리 잠입시켜놓고 때를 기다리게 할 수도 있다.

    기습공격 시점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6.25 때와는 달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나 추석 직전 귀성행렬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을 때 기습을 감행해 수도권과 주요 도시 시민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건 북한군의 최고 사령관이 바로 ‘군 면제자 가족’인 김정일 일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 군 내부의 문제다. 최근 공개된 일련의 신형 무기 불량사고나 ‘전시 탄약부족’ 문제 등이 그것이다. 지난 15일 우리 군은 ‘짧은 기간 내에 신형 무기를 빨리 만들려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16일에는 송영선 의원(미래희망연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우리 군의 전시비축 탄약이 2주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다. MLRS나 다른 미사일의 비축량 또한 턱없이 모자란다”고 공개했다. 이는 우리 군이 그동안 전력강화의 명목으로 삼은 것이 ‘무기’였지 ‘억제력’이 아니었음을 나타내는 증거들이다.

    우리 사회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설마 전쟁이 나겠어’라는 식의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정권에서 득세한 종북 세력들의 선전선동 영향도 있지만, ‘현실’과 ‘희망사항’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선전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설마"가 멍청한 강자를 멸망시킨다

    이상을 모두 종합해 볼 때 지금은 우리 사회 전체가 안보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때다.

    군은 국민의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군이 보여준 일련의 태도로 인해 지금 국민들은 군에 대한 신뢰를 상당 부분 거두었다. 이를 다시 회복하려면 군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안보태세총괄점검회의를 통해 나온 제안이나 안건을 실행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또한 무엇보다 ‘군 면제자 가족’이 지휘하는 북한군 지휘부의 입장에서 우리 군의 약점을 파악해 고쳐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그동안 ‘안보’를 도외시했던 사회 구성원들의 반성 또한 필요하다. 우리나라 군인들은 대부분 우리 가족을 대신해 나라를 지키러 간 ‘청년들’일 뿐이다. 이 ‘청년들’은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 달에 몇 만 원을 받으며 목숨을 건 생활을 하고 있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져, 군 장병들을 응원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회는 어떤 적도 이길 수 없다. 언론을 포함한 우리 모두 인류 역사에서 항상 패망한 국가나 세력은 ‘설마 전쟁이 나겠어’라고 생각했던 강자(强者)들이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