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 코리아'를 위한 첫 단추

      ‘메디시티’는 2009년 4월, 대구지역의 병원들이 개발한 공동 홍보 브랜드이다. 이는 의료(Medi)와 도시(City)의 합성어로 ‘의료도시’를 상징한다. ‘메디시티 대구’ 홈페이지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 메카’라는 목표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의료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외국인 환자 실적’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로 발생한 진료 수입은 547억 원 이었으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몽골, 중동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수가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 의료산업은 고부가가치 신지식산업이다. 포화된 한국의 산업분야를 촉진시킬 수 있는 답이 될 수 있다. 높은 취업유발계수, 상대적으로 큰 고용규모,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직, 간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특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의료산업은 생산액 10억 원당 투입 취업자 수 16.3명으로 전체산업 평균 2.2명보다 높고, 제조업의 4.9명보다 3배 이상 높다. 문제는 이러한 의료산업의 발전가능성이 빛을 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로 계속해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문제를 들 수 있다. 투자개방형 병원이란 영리법인이 설립하는 병원으로 현재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가 의사나 비영리의료법인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을 영리법인까지 허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국선진화 포럼은 지난 7월 21일 부산시청에서 영리 병원의 도입과 한국의 의료산업의 전망에 대한 제 47차 월례토론회를 가졌다.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원장은 투자재원조달 가능성과 경쟁을 통한 국민이익 증대를 투자개방형 병원의 장점으로 주장했다. 또한 경영마인드의 도입, 회계투명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보았다.
     
    세계는 이미 투자개방형 병원에 주목하여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민간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 산업화와 국부창출, 그리고 보건의료 서비스를 달성한 국가로 평가된다. 1980년대 초 영리 의료법인 도입 이후, 비영리법인과 영리병원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고 있다. 또한 태국에도 공공 의료기관, 종교단체가 소유한 비영리 재단, 그리고 민간 병원의 세 형태의 병원이 존재한다. 태국의 민간병원은 증시에 상장되어 영리를 추구하고 자유롭게 투자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영리법인 체인병원이 치과 의료시장에 등장하여 임플란트 시술의 대중화를 촉진하였고 1970년~1995년 사이 영리의료기관의 병상 비중이 6.2%에서 12.1%로 대폭 증가하였다. 독일의 ‘Sana Hospitals’는 독일 전역에 93개 체인병원 운영하고 있고 직원 수 23,400명의 고용창출을 달성했다. 2000년 기준 독일의 전체병원 수 2,003개 중 446개소가 영리병원(22.3%)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진료비 상승을 가장 우려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설립의 주체가 의료인이면 직업의식이 투철해 영리성을 띄지 않을 것이고, 비 의료인이 설립한 병원은 영리추구에 혈안이 되어 국민의 건강 따위는 신경도 안 쓸 것 이라는 것인가? 터무니 없는 흑백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하여 의료인과 일반인 사이에 선천적인 성격의 차이가 있다고 가정해도, 현대시장의 복잡한 가격체계는 설립자 개인의 의도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정부의 가격규제, 그리고 보다 원천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 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의 병원가격은 수요를 줄이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개인병원이 영리병원이지만, 동일한 서비스의 진료비가 비영리법인병원에 비해 비싸지 않은 것처럼 투자개방형 병원이 도입되더라도 진료비가 터무니없이 올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오히려 투자개방형 병원을 통해 소비자는 보다 편리하고 고급화된 진료를 누릴 수 있다. 매스컴에서 병의 증세와 상관없이, 대다수의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모이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소위 ‘환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대학병원의 초진 비용을 높일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왜 발생할까? 대부분의 개인병원이 자원조달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장비 및 고급인력의 부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병원을 시장경제에 개방함으로써 국민들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기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항공 및 관광회사 애바카스 인터내셔널(Abacus International)은 2012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의료관광시장의 규모는 7억8천만 명이 이용하는 40억 달러의 경제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970년대 만들어진 규제가 아직도 우리의 현실을 옭아매어 이러한 거대시장을 놓치게 되는 것은 황당할 뿐이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하여 의료분야를 시장경제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의료 산업분야의 선두를 점할 수 있는 한국, 즉 메디코리아(Medi Korea)로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이용관 /한국선진화 홍보대사6기/ 연세대 행정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