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물이 천둥소리를 내며 울었다.
    상류에서 떠내려 온 뿌리 채 뽑힌 나무며 바위들이 질주하듯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다시 올 때는 강물이 더 불어 있을 텐데 어쩌지?”
    짐을 든 누군가가 검붉은 강물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그래도 기다릴텐데... 일단 갑시다.”
    몸을 감싼 우의 속으로 스며드는 장대 같은 빗줄기에 장후(張虎.25)는 이를 악물었다.
    뿌연 물안개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리를 그들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새벽 중국 허난(河南)성 비양(泌陽)현.
    이날 결혼식을 올리는 장후는 일행들과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신부의 집에 가서 신부를 맞이해 다시 신랑 집으로 돌아와 혼례를 치러야 했다.
    신부의 집까지는 10km 거리. 평소 같으면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지만 며칠 계속 이어진 폭우에 강이 범람해 자동차는커녕 걸어가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신부의 집까지는 모두 18개의 강을 건너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신랑 일행이 신부 집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오전 8시.
    신랑 일행을 맞은 신부의 가족은 결혼식을 연기하자고 권했다.
    돌아가는 길은 신부의 적지 않은 짐까지 챙겨 들고 가야 하는 길이었다.
    게다가 그새 강물이 더 범람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신부 왕옌리(王艶麗.22)는 “예정대로 식을 올려야 한다”고 고집했다.

  • ▲ 신부의 짐을 실은 삼륜차가 강을 건너고 있다 ⓒ 희망지성 국제방송 캡처
    ▲ 신부의 짐을 실은 삼륜차가 강을 건너고 있다 ⓒ 희망지성 국제방송 캡처

    예상했던 대로 강물은 더 범람하고 있었다.
    성난 물결은 뱀의 혀처럼 다리를 넘실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실한 다리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9번째 강을 건널 때 신부를 태운 가마는 간신히 다리를 건넜지만 주위 일행은 강물에 휩쓸릴 뻔 했다. 그 다음의 10번째 강에서 신부는 가마에서 내렸다.
    고운 혼례복이 온통 젖었지만 신랑의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넜다.

    마지막 18번째 강은 마지막인 만큼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장벽이었다.
    다리 위 1, 2미터 높이까지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지나갔다.
    “어쩌지? 도저히 못 건널 것 같은데...”
    낙담하고 있는 일행들은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강을 바라보았다.
    혼례복을 벗어 던진 신부가 강물에 뛰어들어 저만큼 헤엄쳐 가고 있었다.
    “옌리, 기다려!”
    신랑 장후도 이어 강으로 뛰어들었다.
    이들 신랑과 신부는 때론 강물에 떠밀리기도 하며 가까스로 강 저편에 닿는 데 성공했다.
    흠뻑 젖은 신랑 신부 일행이 마을 결혼식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정오 무렵.
    이 모습을 지켜본 마을사람들은 신랑 신부에게 진심 어린 축하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폭우 속에서 ‘18개의 강’을 건너는 시련을 이겨내고 나와 결혼해 주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평생 지켜주겠습니다.”
    희망지성 국제방송은 신랑 장후가 현지 언론에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사랑은 때로 기적으로 증명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