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시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  ⓒ 박지현 기자
    ▲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시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  ⓒ 박지현 기자

    내한 친선경기에서 리오넬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혀 국내 팬들을 놀래킨 FC바르셀로나가 반나절만에 마음을 바꿨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며 "부상 방지 차원에서 메시를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전했다.

    스페인 대표선수들이 전원 제외된 가운데, 그나마 세계적인 축구스타 메시가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던 국내 축구팬들은 3일 오후 메시가 출전하지 못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이번 경기를 주관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맹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과 한국 프로축구의 간판 선수들이 대결한다는 자체가 굴욕적"이라며 "스페인 대표선수들도 없고 메시도 나오지 않는 경기에 비싼 돈을 주고 티켓값을 지불하게 만든 주최 측의 횡포에 분노를 느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일각에선 대대적인 환불 조치를 요구하자는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한국 축구를 우습게 본 바르셀로나를 겨냥,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관람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 ▲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 ⓒ 박지현 기자 
    ▲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 ⓒ 박지현 기자 

    이렇듯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메시 결장' 방침에 대해 바르셀로나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전 통보도 받지 못한 연맹 측은 한 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대거 불참해 티켓 판매 실적이 시원치 않은 마당에 메시 마저 불참시킨다고 하니 암담할 뿐"이라고 밝혔다.

    바르셀로나 방한을 추진한 (주)스포츠앤스토리 정태성 대표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의 돌출 발언에 당황해 하며 "계약서에 메시가 뛰는 것이 핵심 조항으로 담겨 있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이 한국 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신의원칙에 위배된 행동이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계약서엔 메시가 최소한 30분 이상 뛰도록 돼 있고, 그 조항에 많은 금액이 걸려 있는 만큼 바르셀로나 이사진과 다시 대화를 나눠 전반전만이라도 메시가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약속했다.

    다행히 정 대표와 이준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과 심야회동을 갖은 바르셀로나 부회장은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는 정 대표 측의 주장에 수긍, 메시의 출전을 가로막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설득시켰다.

    바르셀로나 부회장의 요청(?)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당초 내뱉은 '메시 불참' 결정을 번복, 친선경기에 일정 시간 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내 팬들은 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올스타팀과 FC바르셀로나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현존하는 세계 최고 공격수, 메시의 활약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2진급 선수들과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올스타 선수들이 경기를 갖는데다, K-리그 선수들이 아닌 메시 한 선수에게만 모든 언론과 팬의 시선이 향해있다는 점에서 이번 친선경기는 한국 축구 역사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치욕적인 경기로 남게 될 전망이다.

    다음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전문.

    - 경기를 앞둔 소감을 듣고 싶다.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 : K-리스 올스타팀과 경기를 갖게 돼 영광이다. 많은 선수들이 휴가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른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 지난해 말 열린 FIFA(피파) 클럽 월드컵에서 한국의 포항스틸러스을 꺾고 올라온 아르헨티나의 에스투디안테스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 적이 있었는데 당시 포항의 경기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포항을 통해서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말해달라.

    ▲과르디올라 : 당시 포항의 경기를 생중계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K-리그의 수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내일 경기가 바로 한국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해 보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바르셀로나란 팀을 처음 접하는 한국 팬들도 있을텐데 과연 낯선 한국 땅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 또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나름의 축구 철학이 있다면?

    ▲과르디올라 : 만일 한국에 바르셀로나를 처음으로 보는 팬들이 있다면 이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경기 수준을 알고,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스페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이 유로 2012까지 국가대표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는데…

    ▲과르디올라 :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물론 영광스러운 일이다. 푸욜 선수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 한국에 도착한 메시가 매우 피곤해 보였다. 내일 경기에서 얼마나 기용할 것인가?

    ▲과르디올라 : 원칙적으로 메시는 훈련만 하고 내일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 주력 선수들이 모두 빠지게 되는데 새 시즌을 맞이하는 시점에 내일 경기를 통해 특별히 구상하는 점이나 주안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과르디올라 : 모든 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체크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팬들은 바르셀로나의 주력 선수들이 출전하길 바라겠지만 메시도 프리 시즌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로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겠다.

    - 메시도 없고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도 없는데 내일 경기의 키플레이어를 뽑는다면?

    ▲과르디올라 : 모든 선수들이 다 키플레이어다.

    -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선수로 출전해 한국과 맞붙은 적이 있는데 그때와 현재팀의 경기 수준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 혹은 발전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과르디올라 : 94년에도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2002년은 아시다시피 한국이 환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페인 언론) 8월에 열리는 스페인 국가대표 경기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기용될 예정인지 알고 싶다.

    ▲과르디올라 : 아직까지 바르셀로나에 소속된 7명의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할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국가대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시즌도 준비할 수도 있고 국가대표로서 영광스러운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내일 경기에 메시와 밀리토의 출전 여부가 불확실 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과르디올라 : 특별한 이유는 없다.

    - 한국팬들이 적어도 메시 선수만큼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내일 경기에서 메시를 뛰게 할 계획은 없는지 다시한번 묻겠다.

    ▲과르디올라 : 메시가 내일 출전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메시가 이전 시즌을 마치고 프리 시즌을 맞아 첫 날만 훈련을 진행한 상태다. 따라서 컨디션도 100%가 아니고 몸무게도 1~2kg 쪘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가운데 경기를 뛰면 부상의 위험이 있다. 비록 내일 경기 출전은 못하지만 팬들에게는 인사를 드릴 기회는 주고 싶다.

    - 새 시즌을 맞아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중앙미드필더로 (영입대상으로)염두해 둔 선수는 없는지?

    ▲과르디올라 :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는 항상 새로운 선수의 영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우리팀은 충분히 준비가 잘 돼 있다.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선수 영입 가능성이 100% 없다고 말 할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