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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 "한국과의 인연 각별하죠"

입력 2010-07-23 15:56 | 수정 2010-07-26 15:40

▲ 영화 '아카시아'로 한국을 찾은 츠지 진세이(츠지 히토나리) 감독 ⓒ 뉴데일리

“아버지와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추억도 많이 없었고요. 돌아가시고 난 뒤에 떠올려보니 온통 감사했던 기억 뿐이었죠. 그때부터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섬세한 감성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데 탁월한 작가 츠지 히토나리(辻仁成, 51)가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는 노년 남성과 버림 받은 소년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머뭇거리는 쥰세이의 감성과 ‘사랑 후의 오는 것들’의 준고, ‘안녕, 언젠가’의 유타카, ‘우안’의 큐로 이어지는 그의 탁월한 서정성은  고독한 전직 프로레슬러 다이마진에게도 예외가 없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츠지 진세이란 이름으로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감독으로서 7번째 작품인 ‘아카시아’가 비전 익스프레스 섹션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자아분열’을 일으킬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그는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의 모드를 체인지 시킬 수 있는 장치”라 설명했다.

 

- 아버지에게 끝내 전하지 못했던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이혼의 상처'
-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란  존재할 수 없어 항상 '긴장돼'
- 한국은 해프닝의 연속, 세계 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해

▲ 영화 '아카시아'

“부자(父子)는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에 있어요. 아들은 어느 순간 아버지를 뛰어 넘기 위한 도전을 시도하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레슬링이 신은 그러한 계기를 그린 거랍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높은 이혼 률을 보이고 있는 일본에서 자신 역시 같은 아픔을 경험했던 그는 가족이 재통합하는 과정에서의 복잡한 관계들을 새롭게 조명했다.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들의 상처와 자신의 아이를 만날 수 없는 부모, 그리고 가족에게 버려진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살아가던 전직 프로레슬러 다이마진은 한 소년과 만난다. 고독하고 반항적인 타쿠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어머니에게 조차 버림 받은 소년은 또래 아이들에게 언제나 놀림의 대상이다. 아무도 자신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타쿠로에게 다이마진의 존재는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다.

영화 ‘아카시아’는 아스라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특히, 타쿠로의 친 아버지가 복화술 인형에 만날 수 없는 아들의 이름을 붙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그의 고독함이 절절히 배어있다. 새로운 가족을 선택한 그가 가장으로서 지금의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가슴에 부딪힌다. 츠지 감독은 “밖으로 쉽게 내뱉을 수 없는 가슴 속 이야기들을 인형으로라면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어려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나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한다.

▲ 영화 '아카시아'

영화의 끝부분 타쿠로가 다이마진을 떠나 아버지에게 돌아간 후 비로서 ‘아카시아’가 스크린에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아카시아’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는 지금 유럽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세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꽃이 아카시아죠. 아프리카에서도 자라나는 꿋꿋한 생명력이 있어요. 그러한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1년 중 2주 이내에 꽃이 지는 비교적 짧은 생명력을 지닌 아카시아는 진한 향기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반면, 금새 잊혀진다. 꽃이란 언제나 그 계절에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하는 그는 아름다운 ‘기억의 찰나’와 영원하지 않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아카시아’를 비유한다.

영화 ‘아카시아’의 전직 프로레슬러 다이마진 역에는 일본의 영웅으로 칭송되는 안토니오 이노키가 열연한다. 능숙하고 매끄럽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눈빛과 표정에서 느끼지는 쓸쓸함 만큼은 진솔하다.

“평생을 진검 승부의 세계에서 살았던 그이기에 강력한 존재감이 다이마진을 연기하는데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연기자로서는 신인이기에 연출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의 인생과 연기를 연결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대신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출 타쿠로 역의 경우 이노키를 이끌어 나갈 만한 재능 있는 배우를 찾아야만 했다. 영화를 찍은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제 소년에게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 츠지 감독은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복잡한 심정으로 영화를 찍지 않았을까”라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전 세계 영화제를 다닌 그지만, 관객과의 만남은 여전히 떨기리만 하다. “작품을 본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긴장돼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제도 가슴을 졸여야 했죠.” 지난밤 영화 ‘아카시아’ 상영 직후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던 츠지 감독.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 상과 프랑스 페미나 상의 외국소설 상을 수상한 작가인 그는, 영화감독으로서도 명실상부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올라섰다.

 

▲ 영화 '아카시아'로 한국을 찾은 츠지 진세이(츠지 히토나리) 감독 ⓒ 뉴데일리

1999년 ‘천년여인’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 한 그는 제56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다. 이후 2001년 '부처‘로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부문에 진출, 제3회 도빌아시아영화제 경쟁부문에서는 최우수 이미지상을 수상하고, 제27회 시아톨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는다. 또한, 2002년 ‘팔리멘트’로 제37회 체코 카르로비 바리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하기에 이른다.

“어렸을 때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미술관에서 고흐의 그림을 보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한 폭의 그림 안에 그의 모든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시 역시 마찬가지죠. 함축 된 시야말로 예술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시에 음표를 단 것이 음악이고, 시를 길게 풀어 쓴 것이 소설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그러한 ‘표현의 종착점’이 바로 입체적인 영상 장르인 영화라 설명한다.

“현재 소담출판사에서 소설 하나를 번역 중에 있어요. ‘백불’이란 작품인데, 프랑스에서 페미나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사랑이야기가 아닌 역사에 관한 이야기죠. 작가로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 그 작품이 될 겁니다.”

가수, 소설가, 영화 감독으로의 변신을 거듭한 그의 다음 도전은 연기다. 올 하반기 크랭크인 하는 프랑스와 일본 합작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됐다. 또한, 2011년에는 연극 무대 연출가로 바쁘게 지낼 예정이다.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등지에서 공연될 예정인 연극에는 유명 배우들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밴드 활동 역시 그대로 이어가며 현재, 시디 발매를 준비중에 있다.

지난해 이재한 감독의 손에 의해 제작된 ‘안녕, 언젠가’가 이번엔 연속 드라마로 한국에서 제작된다. 초록뱀 미디어에서 26부작으로 기획된 이번 작품에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감독이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그러고 보면, 한국과의 인연이 정말 깊네요.”라고 웃어 보이는 츠지 감독. 그는 한국은 세계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편안한 곳이라고 말한다. 25년 전 처음 서울 땅을 밟은 그는 매년 빠지지 않고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어제도 새벽 1시까지 영화 ‘안녕, 언젠가’의 작가와 스탭들과 친한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다 오늘 저녁 홍대에서 라이브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죠. ‘노가리’라는 분인데 지난해 부산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만난 적이 있거든요. 한국에 오면 언제나 해프닝의 연속이예요.(웃음)”

그를 위해 한 걸음에 달려오는 한국 친구들을 위해 그는 밥 만큼은 항상 자신이 사고 있다고 말한다. “비록, 삼계탕 정도지만요.”라고 덧붙이는 그의 표정에 한국과 이 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이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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