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나카 리이사 ⓒ 무비위크(movieweek) 제공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나카 리이사 ⓒ 무비위크(movieweek) 제공

    "성우를 했었는데, 그때는 제 목소리가 너무 싫었어요."

    지난 2006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인공 마코토 역의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던 나카 리이사가 의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러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제의를 받았고, 작품을 통해 제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어요. 배우가 되는 계기가 됐죠.” 나카 리이사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특별한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올해 실사판 여주인공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여전히 쉼 없이 과거와 미래를 향해 내달리지만, 한결 차분해진 느낌이다. 짧은 머리에 털털한 성격의 마코토는 여성스러워 졌고, ‘타임 슬립’의 목적 또한 조금 달라졌다. 물론 이야기의 시점자체가 바뀌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설레임’을 선사했던 몇몇 장면들을 그대로 담아 원작 팬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 애니메이션에 이은 실사판 주인공..."과연 나로 괜찮을까" 부담되기도
    - 태어나 처음 받아 본 한국 팬들의 '환호'에 "가슴이 뜨거워져"
    - '조니뎁'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괴물군' 최홍만 인상적

    “성우를 할 때, 실사판이 만들어지면 내가 꼭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애니메이션 연기 당시부터 실사판 여주인공이 탐났다고 말하는 그녀. 물론, 부담감도 있었다. 같은 작품에서 연속으로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것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과연 나로 괜찮을까’하는 불안감도 느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접한 뒤, 실제 역할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른 작품을 한다는 기분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나카 리이사 ⓒ 무비위크(movieweek)제공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나카 리이사 ⓒ 무비위크(movieweek)제공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통해 수 없이 ‘타임 슬립’을 했던 그녀는 과거로 돌아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스웨덴 분이셨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어요. 제가 3살 때 돌아가셔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마리오 카트의 요시라는 공룡 캐릭터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공룡시대로 가보고 싶기도 해요.” 짐짓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나 싶더니, 이내 엉뚱한 성격 그대로 답해오는 나카 리이사.

    지난 상반기 드라마 ‘건달군과 안경양’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일본에서 가장 활약한 여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녀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늘 일만 하고 있어서, 인기를 직접적으로 느낄 기회가 없어요.” 여배우로서 실제 팬들과 마주할 일이 많지 않아 아쉬운 듯 말이 이어 나갔다.

    “어제 한국 관객들과 만났을 때 많은 팬 분들이 환호해 주시는 것을 보고 한국에도 나를 알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지난 16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진행된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무대 인사가 끝난 뒤, 그녀는 주위로 몰려든 팬들에게 빠짐없이 사인을 해주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카 리이사는 한국 관객들과의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들뜬 표정으로 “어제는 가슴이 뜨거워졌어요.”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배우에게 환호성을 보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환호를 받은 것이 감격스러웠다. 한국에는 두 번째 방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개인적으로 방문한 이래, 여배우로서 다시금 한국 땅을 밟았다. 나카 리이사는 “일본에도 한국 음식점들이 많아서 한국은 몇 번이고 왔던 것 같아요.”라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한국에 오면 꼭 들려보고 싶었던 곳은 ‘명동’이었다. 친구들에게 일본의 하라주쿠처럼 쇼핑의 거리라고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1박 2일의 일정에 빼곡이 무대인사와 인터뷰 등이 잡혀있었고, 내내 비까지 내려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대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었다. “제가 먹는걸 굉장히 좋아해서 삼계탕과 삼겹살을 먹어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또 소간이 일본에서는 고급 음식이라 많이 못 먹는데 친구들이 한국에서는 소간을 공짜로 반찬으로 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말 많이 줘서 실컷 먹었어요.” 그녀가 한국에 간다고 하자, 친구들이 한국 사람들은 술에 강하다며 겁을 주기도 했단다.

    나카 리이사는 한국 배우로 최홍만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반기 일본 드라마 ‘괴물군’에서 프랑켄슈타인으로 등장했던 그가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얼마나 큰지 실제로 보고싶어요. 워낙 눈에 띄기 때문에 어디서나 봤다는 목격정보다 들어오거든요.” 가장 인상깊게 본 한국 작품은 일본에서도 큰 흥행 성적을 거둔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그녀는 몇 번을 봐도 감동적인 명작이라며 팬을 자처했다.

    드라마 ‘학교는 가르칠 수 없다!’, ‘신의 물방울’, ‘임협헬퍼’ 등과 영화 ‘하프웨이’, ‘제브라 맨2’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신을 거듭해온 그녀는 3분기 드라마 ‘일본인이 모르는 일본어’를 통해 처음으로 단독 주연에 나섰다. “조니뎁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 한 가지 매력이 아닌 작품마다 존재감 있는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싶다는게 나카 리이사의 설명이다.

    나카 리이사는 그간 연기해 온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 역시, 마코토와 같은 상황에서 타임 리프를 했을 거라고 말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오래된 역사를 지난 작품이예요. 부모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죠. 타임 리프와 사랑, 연예의 중심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그녀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숨도 차고, 반짝반짝이는 영화라 표현한다. 한 소녀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낸 영화. 나카 리이사는 또 한번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