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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없이도, 성장할 수 있잖아요"

입력 2010-07-21 18:13 | 수정 2010-07-26 15:40

“스스로 재능이 있는 거 아냐?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죠.”

감독이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그의 작품만큼이나 엉뚱하고 즐겁다. 지난 18일 부천에 위치한 한 호텔 라운지에서 그를 만났다. 약속 1시간 전에 한국에 도착한 도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상영관으로 이동해야하는 빡빡한 일정에 잠시 틈을 내 짧지만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 영화 '소프트 보이' 도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 뉴데일리

- 호러와 청춘, 모두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전한다는 것 같아
- 인생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
- 차기작, 에로틱한 어둠...류승범, 김옥빈 출연시키고 파

도요시마 감독은 1994년 일본 피아영화제(PFF)라는 인디 영화 콘테스트에 출전한 것을 계기로 영화감독이 됐다. 학창시절, 영화 서클에서 8mm 작품을 만들었던 그는 비록 수상은 놓쳤지만 평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인생의 첫 영화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 콘테스트가 배출한 유명 영화 감독들도 적지 않다. ‘요괴 헌터’, ‘악몽탐정’의 츠카모토 신야 감독과 ‘워터보이즈’의 야구치 시노부 감독, ‘골든 슬럼버’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모두 이 영화 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했다.

도요시마 감독의 첫 작품은 ‘tales of terror’. 이후 ‘주온’과 ‘그루지’를 통해 명실상부 일본 최고의 호러 영화 감독으로 꼽히는 시미즈 다카시 감독과 함께 ‘유령 대 우주인’과 옴니버스 호러 영화 ‘무서운 여자’를 작업했다. ‘엽기’ 혹은 ‘호러’라는 타이틀로 각인된 그의 필모그래피에 의외의 작품이 등장한다. 2010년 작 ‘소프트 보이’. 도요시마 감독이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이유다.

 

▲ 영화 '소프트 보이' 

영화 ‘소프트 보이’는 사가현의 유일한 남자 소프트볼에 관해 실제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으로, 에이타의 친동생 나가야마 키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현 내에 남자 소프트볼 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구치는 “만들기만 하면 바로 전국대회다!”라는 생각으로 부원들을 모집한다. 하지만 부원들은 캐치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오합지졸 소프트 볼 부는 과연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6년 전에 TV에서 방송 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프로듀서가 영화화 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쓴 뒤 감독을 찾아 나섰다고 하더군요. 당시 제가 만든 영화를 보고 장르는 호러였지만, 인간적인 부분을 보고 저에게 부탁했다고 해요.”

그는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전작들이 모두 호러였지만 개그적 요소가 가미된 SF라는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번 ‘소프트 보이’ 역시 전형적인 청춘물인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비주류적인 개그 솜씨가 남다르다. 역시 도요시마 감독의 작품 답다는 느낌이다.

“호러 영화와 청춘 영화가 다른 점도 많아요. 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전한다는 기본적인 의미는 마찬가지인 듯 해요.”

▲ 영화 '소프트 보이' 도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 뉴데일리

영화 속 두 주인공 오니츠카와 노구치. 오니츠카는 일류 프랑스 요리사를 꿈꾸지만 중화음식점을 경영하는 가업을 돕는 현실적인 소년이며, 노구치는 별다른 꿈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도요시마 감독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구치는 천재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제어가 되지 않는 소프트 볼을 소재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많았다.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프트 볼 보다 연기 경험이 적은 젊은 배우들은 더 다루기 힘들었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경우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반면, 젊은 배우들은 0부터 10까지 일일이 지시를 내려야만 했다.

“배우들은 ‘감독이 정말 시끄럽구나’라고 느꼈을 거예요. 현장은 소프트 볼 부가 아닌, 배우 부라는 서클 같은 느낌이었죠.”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나가야마 키노의 목소리가 그의 형 에이타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에이타의 팬이냐고 물어온다. 그렇다고 답하니, 웃으며 “에이타 씨 결혼 소식에 슬펐죠? 동생은 아직 결혼을 안했어요.”라고 농담을 건넨다.

“나가야마가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면서 연기가 출중하다고는 느끼지 못했지만, 존재감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쩌면 스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더 군요. 그가 맡은 역할은 보통사람 역할인데 상당한 노력가예요. 천재를 동경하는 보통사람의 매력을 그가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도요시마 감독은 ‘소프트 보이’와 다른 청춘영화와의 차이점에 대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꼽았다.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꿈을 향해 고군분투 하지만 결국 36대 0이라는 참패를 기록한다.

그는 “영화의 테마가 포기하는 것은 자신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예요. 즉, 자신을 인정하고 열심히 하라는 거죠. 물론, 영화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도중 어느새 자신이 한 발 자국 더 성장해 있다는 것을 담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그는 “한국 관객들은 반응이 크고 솔직해 좋아요”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결코 들을 수 없는 환호를 한국에서는 잔뜩 듣는다. 도요시마 감독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은 영화라는 것 밖에는 없지만, 한국인들은 모두 언제, 어디서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라며 “일본에서 늘 한국 영화가 ‘굉장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감독으로서 긴장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한국의 유명하지 않은 영화들을 찾아 보면서 굉장하지 않은 영화도 있구나 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하죠.” 도요시마 감독이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다.

그의 차기작으로 에로틱하고 어두운 장르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배우와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 것이 제 마음대로 정한 목표예요"라는 도요시마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주먹이 운다’와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인상깊게 봤다며, 기회가 된다면 류승범과 김옥빈과 함께 꼭 작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요시마 케이스케 감독, 그가 담아낼 또 한편의 유쾌한 영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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