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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천안함 사건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서부터 지난 9일 의장성명이 나오기 까지는 각국 사이에 서로 밀고 당기는 막후 외교전이 숨가쁘게 전개됐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한 뒷얘기.
◇ "中외교관리들, 千차관 오히려 설득" = 지난 8일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중국을 급거 방문했다. 북한을 지목해 규탄하는데 반대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를 설득하는 임무였다. 그러나 막상 베이징에 도착해보니 '주객'이 전도됐다는 후문이다.
양제츠 부장을 비롯한 중국 외교부 관리들은 천 차관을 만나자 "이건 도저히 무리다",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며 역으로 설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천 차관도 지지않고 집요하게 설득노력을 기울여 중국으로부터 '안보리 대응이 필요하다'는 선의 동의를 끌어냈다.
이는 그만큼 중국 지도부로서도 이번 사건 처리에 대한 고민이 컸다는 반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 당국자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무시해도 안되고, 진실을 무시해도 안되며, 북한이 도발해도 안되니까 고민을 했던 것"이라며 "결국 북에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고 한국도 섭섭하게 하지 않는 수준으로 최선의 성의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 "러시아, 애초부터 의장성명" =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그다지 고민이 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초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의 판단을 세우고 의장성명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천영우 차관이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에서 주 유엔 러시아대사를 만나 대북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자 그 대사는 "결의안 말고 의장성명으로 가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유럽적 시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로서는 근본적으로 북한문제와 관련해 중국과는 고민의 크기가 다르다"며 "처음에 러시아가 자체 조사단을 보낸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아는 진실과 밖으로 발표하는 진실이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 P5 "6자회담 하려면 안보리 대응 먼저" 인식 = 중국과 러시아가 천안함 의장성명에 일찌감치 합의해준데에는 6자회담 재개 문제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상임이사국들에게 "6자회담을 재개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안보리 대응조치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따라 이들 국가도 안보리 대응조치가 6자회담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후문이다.
한 당국자는 "미.중을 포함한 상임이사국 내부의 정치적 타협 과정에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당연히 논의됐다"고 말했다.
◇ "Attack을 넣는게 가장 어려워" = 우리 외교당국이 안보리 문안협상에서 가장 주력했던 것은 attack(공격)이라는 표현을 넣는 작업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어라는 판단에 따라 필사적인 로비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condemn(규탄)이라는 단어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인해 협상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안보리 문안협상은 그야말로 언어공학(language engineering)으로 부를만 하다"며 "한문장 한문장이 엄청나게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