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현과 양선하가 들어선 곳은 호텔에서 50미터쯤 떨어진 바닷가 횟집이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의 테이블에 마주앉은 둘의 표정은 약간 들뜬 상태.
    오늘 밤의 쾌락에 대한 기대가 섞여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지?」
    옆쪽 횟집의 기둥에 어깨를 붙이고 서있던 김민성이 혼잣소리로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쥐었다. 버튼을 눌렀더니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나서 하주연이 전화를 받는다.

    「야, 호텔 앞 동해 횟집이다. 둘이 지금 회 시켜놓고 히죽거리고 있어.」
    「알았어.」
    그래놓고 통화가 끊긴 후에 10분도 안되어서 하주연이 다가왔다.

    어느새 하주연은 진주색 실크 셔츠에 반바지로 갈아입었고 머리에는 흰 밴드를 매었다.
    지금 횟집에 앉아있는 양선화를 의식한 것이 분명했다.

    「들어가서 쇼 할껴?」
    옆으로 다가선 하주연이 건너편 횟집 창가에 앉은 둘을 보았다.
    김민성이 물었지만 하주연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는다.

    쓴웃음을 지은 김민성이 말을 이었다.
    「난 준비 되었어. 레디 고만 해.」
    「가자.」
    하길래 김민성이 기둥에 기대었던 어깨를 떼었다.

    그러자 하주연이 몸을 틀면서 말한다.
    「호텔로 돌아가자.」
    「얼씨구.」

    하주연의 뒤를 따르면서 김민성이 이죽거렸다.
    「천하의 하주연이가 이빨 빠진 코브라가 되었구나. 마지막 단계에서 꼬랑지를 내리다니.
    지기미. 투자 한 돈이 얼만데.」

    하주연은 말이 없고 엉덩이를 노려본 채 따르는 김민성의 사설이 이어졌다.
    「하긴 호텔방에 들어가는 순간을 잡는 방법이 있긴 하지. 아니면 그것이 끝날 때 쯤 처들어가 휴지통에서 썩은 우유가 든 풍선을 증거물로 확보하든지.」
    「......」
    「그땐 사진을 찍어야 돼. 녹음까지 해서 인터넷에다 올릴수도 있어.」
    「......」
    「넌 가만 있고 내가 그걸 다 해갖고 그놈한테 돈을 뜯어내면 어떨까? 너한테 일러바친다고 하면서 말이다.」
    「......」
    「그리고는 그놈한테 받은 돈을 우리 둘이 나눠쓰자.」

    그때 하주연이 걸음을 멈췄으므로 김민성이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다.
    몸을 돌린 하주연이 김민성을 보았다. 이 곳은 현관 앞이다.

    「횟집에 가서 회나 떠와. 방에서 술 마시게.」
    차분한 표정으로 말한 하주연이 주머니에서 수표 서너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술도 사오고.」
    「예스 맴.」

    두 손으로 수표를 받은 김민성이 하주연을 보았다.
    「저것들한테 전하실 말씀이라도 계시온지요?」
    「놔둬.」
    「저놈 고추에다 낄 풍선이라도 한박스 방으로 보낼까요? 물론 무기명으로 말입니다.」
    「시끄러.」
    「잘 생각하셨습니다. 마마.」

    그러면서 몸을 돌리는 김민성을 향해 하주연이 말했다.
    「여기 오기 잘했어. 내 두눈으로 보니까 맘이 가라앉어.」

    그러나 김민성은 앞을 향한 채 입속말을 했다.
    「지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