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우, 야아.」
    하주연을 본 김민성이 감탄사를 길게 뱉으려다 멈춘다. 옆에 선 윤지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역삼동 길 가에 주차시킨 하주연의 붉은색 스포츠카 옆에 대조적인 두 여자가 시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하주연은 흰색 소매 없는 셔츠에 팬티같은 청바지를 입어서 온몸의 곡선이 다 드러났다. 머리에는 흰 운동모를 썼고 선그래스로 눈을 가렸지만 미모는 감춰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옆에 선 윤지선은 헐렁한 특대형 와이셔츠를 소매까지 내려 입은데다 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다. 무게가 더 나가게 보이도록 입었다.

    「형도 괜찮은데.」
    하고 하주연이 말했지만 립서비스는 아니다.
    김민성도 1미터 85의 신장에다 아랫배도 단단해서 시선이 온다.

    예약했던대로 김민성이 운전석에 앉자 하주연은 옆자리에 탔다. 윤지선은 미리 뒷자리로 들어가 버려서 좀 싱거워졌다.

    「먼저 속초로 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하주연이 말했다.

    「거기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게 어때?」
    「좋을대로.」
    해놓고 김민성이 덧붙였다.

    「하루에 한 장소씩 이동하기다. 정신없이 옮겨가는건 싫어.」
    「좋아.」

    의자에 등을 붙이면서 하주연이 뒤쪽의 윤지선에게 묻는다.
    「지선아. 너, 형하고 말도 안텄다고 했지? 지금 터봐.」
    「됐어.」
    하고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김민성이 대답했다.

    「됐다. 이젠 텄다.」
    「쟤가 형 좋아해.」

    하주연의 말에 김민성이 백미러로 윤지선을 보았다.
    「야, 나 한달 전에 채였거든? 앞으로 너하고 잘 될것같은 예감이 든다.」
    「진짜야?」

    옆자리의 하주연이 물었으므로 김민성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니들하고 노는 것 아녀.」
    「이 아저씨 정말인 것 같네.」
    「말 마라. 가슴이 찢어진다.」
    「내가 듣기로는 영문과 3학년이라고 하던데, 맞아?」
    「언놈이 그래?」
    「맞아, 틀려?」
    「맞아.」
    「어떻게 채였는데?」
    「내 테크닉이 서툴다고.」

    그러자 하주연이 입을 다물었고 차 안에는 잠깐 어색한 정적이 덮여졌다.
    그때 뒷자리의 윤지선이 입을 열었다.
    「저기, 박재희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거든요.」

    그 순간 김민성이 앞쪽을 향한 채로 눈을 치켜떴다. 그러나 곧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백미러를 향해 웃는다.
    「이 아줌마 이렇게 말 길게 하는거 처음 들었네.」
    「재희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다시 윤지선이 말했을 때 하주연이 끼어들었다.
    「재희가 그럼, 형이 채였다는 여친야?」

    김민성은 대답하지 않았고 윤지선의 말이 이어졌다.
    「형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했어요. 진심으로 말이죠.」
    「어, 참, 그놈의 인연.」

    마침내 입맛을 다신 김민성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셔졌다.
    「끈질긴데다 지저분하구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