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차전을 앞둔 결연한 각오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은 `파부침주(破釜沈舟)'였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비유한 고사성어다.

       진(秦) 나라를 치려고 군사를 일으킨 항우(項羽)가 쥐루(鉅鹿) 전투에서 장하를 막 건넜을 때 병사들이 결사 항전에 나서도록 타고 왔던 배를 부숴 침몰시키고 싣고 온 솥마저 깨뜨렸다는 데서 유래했다.

       허정무 감독이 한국의 16강 진출 운명을 결정할 나이지리아와 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얼마나 결연하고 절박한지를 대변한다.

       한국은 그리스와 1차전에서 2-0으로 이겨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2차전 상대였던 아르헨티나아에 1-4로 완패했다. 나이지리아와 최종전에서 진다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꿈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허정무 감독으로선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나는 아직 공항으로 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던 것과 닮았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승리의 염원을 담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했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허정무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의적절한 사자성어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아마 4단의 바둑 고수인 그가 즐겨 쓰는 바둑 격언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내 돌을 먼저 살리고 나서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간다'는 뜻으로 수비를 굳건히 하고 기회가 생길 때 한방으로 승부를 가르겠다는 허정무식 실리축구를 잘 보여준다.

       허 감독은 또 지난 1월3일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새해 첫 훈련을 지휘하고 나서 `호시탐탐(虎視耽耽)'과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사자성어로 남아공 월드컵을 맞이하는 각오를 전했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이고, 호시우보는 호랑이처럼 예리한 판단력과 소처럼 신중한 행보를 뜻한다.

       `호랑이가 먹이를 놔두고 노려보는 자세로 노력하고 호랑이 눈처럼 날카롭게 판단하면서도 목표를 행해 우직하게 나아가겠다'는 의미였다.

       나이지리아와 최종 3차전을 앞두고 결연한 출사표를 밝힌 허정무 감독이 한국인 첫 월드컵 승리 감독 영광을 누린 데 이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까지 지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