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경기에서 1-4로 크게 패하자 16강 진출에 기대를 걸었던 축구팬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광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축구 팬들은 강호 아르헨티나를 맞아 “해볼 만하다”,  “이길 가능성도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에 열중했다.

    그러나 전반 17분 박주영(모나코)이 자책골을 범한데 이어 전반 33분 아르헨티나의 이과인에게 골을 허용하자 응원단의 목소리는 점점 수그러들었다. 우리 선수들이 잇단 실점에 위축, 소극적인 플레이를 이어가자 응원단장의 ‘대~한민국’ 외침에도 응원전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했다.

  • ▲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 박지현 기자 
    ▲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 박지현 기자 

    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이청용이 희망의 만회골을 기록해 언제 그랬냐는 듯 붉은악마들은 있는 힘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더욱이 후반전을 기다리는 시간에는 승리를 눈앞에 둔 것 마냥 목청껏 환호했다. 2-1로 패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이청용의 골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데 열광한 것이다.

    전반전이 끝난 뒤 김민형(37)씨는 “FIFA랭킹 7위 아르헨티나를 맞아 비겨도 잘하는 것”이라며 “후반전에는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져 아르헨 선수들을 꽁꽁 묶고 동점골을 터뜨렸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전 들어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으나 후반 32분과 35분 연달아 이과인에게 골을 허용했다. 단 3분 만에 2골이 한 선수에 의해 터지자 응원 나온 축구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팬들은 “말도 안돼” “싫어” 등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붉은악마들은 끝까지 대한민국을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선수도, 응원하는 12번째 선수도 지치는 후반 40분을 넘어갈 즈음 응원단장이 “여러분 승리를 원하십니까, 그럼 외쳐봅시다” 라고 승기를 북돋우자 시청 일대를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광장에서 경기를 응원전을 펼친 박영호(20)씨는 “이기길 바랬지만 아쉽긴 한데 져도 잘했다”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정주(30)씨도 “너무 아쉽지만 나이지리아를 꺾고 확실히 16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조정웅(21)씨는 “그리스 전부터 박주영 선수가 불안했는데 자책골까지 범해 정말 아쉽다”면서 “4골이나 먹었지만 유효슈팅 수를 감안했을 때 정성용 골키퍼가 선방한 것 같다”고 전했다.

    허정무 감독의 선수기용 실패를 패배의 원인으로 꼽는 시민도 있었다. 남진희(25)씨는 “우리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경기였다”면서 “그리스전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지도 못했고 선수기용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두리 대신, 오범석을 선발에 기용한 것과 후반 선수교체에서도 발이 느린 이동국을 투입한 것도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이날 경기 패배로 1승 1패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일이 어려워진만큼 오늘밤 펼쳐질 B조의 다른 경기에 기대를 건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재희(21)씨는 “골득실이 아쉽다”면서 “2점차로 졌어도 골득실에서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오늘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가 비기기를 간절히 바라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축제의 분위기에서 진행된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이과인 선수에게 해트트릭을 안기며 4-1로 패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로 서울 광장을 떠났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원을 만들어 서로 어깨를 두르고 흥겨운 응원가를 불러나갔다. 이들은 “져도 좋다”면서 “아르헨티나는 사실 너무 강팀 아니었냐”고 크게 웃어보였다.

    나이지리아와 태극 전사들의 B조 마지막 경기는 23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