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습니다, 나이지리아전 자신감 잃지 말고 멋진 골 넣어주세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최고니까요"

    지난 17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B조 예선 2차전에서 안타까운 광경이 연출됐다.

  • ▲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박주영이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박주영이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 17분 왼쪽 측면에서 아르헨티나가 얻은 프리킥에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차올린 공이 마르틴 데미첼리스의 키를 넘어 골문 앞에 있던 박주영의 오른쪽 다리에 맞았다. 골키퍼 정성룡이 왼쪽 다리를 쭉 뻗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0:0 상황, 하지만 골은 그대로 한국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상대방에게 어이없는 첫 점수를 내줬다.

    이후, 한국은 전반 33분, 후반 32분과 35분 줄줄이 골을 허용하며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스카이스포츠는 "박주영의 자책골이 한국의 재앙의 시작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자책골 이후 만회의 기회를 노리며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닌 박주영은 결국 이변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후반 35분 이동국과 교체됐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은 것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조별리그 이탈리아와 3차전 조광래(현 경남FC 감독)에 이어 두 번째. 공격수 박주영의 월드컵 첫 골이 자책골이라는 충격을 더했다.

    이날 가장 운이 없었던 선수로 꼽힌 그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기 반성 등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그는 "인터뷰 안 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재빨리 버스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 대표팀 선배들을 말 없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편, 박주성의 미니홈피에는 오전 11시 기준 11만여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해 격려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잘했다. 힘내고, 나이지리아전 잘 부탁한다", "고개 떨구지 마라", "운이 안좋았을 뿐이다", "몇년 전 청소년대회에서 나이지리아전 기적을 이끈게 생각나네요. 형은 저의 우상입니다" 등 이번 패배를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서의 필승을 다짐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재 1승 1패(승점 3점)로 그리스와 동률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득점 우세 원칙에 따라 조 2위를 기록 중이다. 만일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얻는다면 한국이 나이지리아에 몇 골차로 승리를 거두느냐에 따라 16강행이 결정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