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반43분 그리스의 슈팅 볼을 점프로 쳐내는 정성룡. ⓒ 연합뉴스
    ▲ 전반43분 그리스의 슈팅 볼을 점프로 쳐내는 정성룡. ⓒ 연합뉴스


    `이운재의 시대는 가고 이제 정성룡의 전성시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2인자였던 정성룡(25.성남)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백업 설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눈부신 선방을 펼쳤다.

  • ▲ 단 1경기로 '정성룡 시대'를 예고한 정성룡. ⓒ 연합뉴스
    ▲ 단 1경기로 '정성룡 시대'를 예고한 정성룡. ⓒ 연합뉴스

       정성룡은 12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주전 골키퍼로 나섰다.

       전날 마지막 공개훈련 때 주전조의 골키퍼 장갑을 껴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통산 네 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백전노장 이운재(37.수원)가 굳게 지키던 골문지기를 이어받은 건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정성룡은 키 190㎝로 이운재(182㎝)보다 크고 팔이 길어 `장신군단' 그리스와 맞대결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정성룡은 월드컵 데뷔 무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철벽 방어로 자신을 믿어준 허정무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전반 43분에는 상대 최전방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겨냥해 헤딩을 시도하자 한 발짝 먼저 달려나와 안정적인 캐칭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그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 건 후반 35분.

       게카스가 아크 정면에서 위협적인 왼발 터닝슛을 날리자 그는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몸을 날려 펀칭해냈다. 대포알 같은 게카스의 슈팅은 정성룡의 슈퍼 세이브에 걸렸고 한국은 이정수와 박지성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정성룡의 눈부신 활약이 없었다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목표의 첫 고비를 무사히 넘기지 못할 뻔했기에 허정무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2003년 국내 프로축구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성룡은 당시 주전이었던 김병지(40.현재 경남FC)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김병지의 FC서울 이적으로 기회를 얻었다.

       그는 2008년 1월 성남 일화로 이적해 주전 수문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해 1월30일 칠레와 평가전 때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아 A매치 데뷔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음주파문'으로 대표팀 자격정지를 당했던 이운재가 2008년 10월 복귀하면서 다시 주전 자리를 잃었던 그는 절치부심한 끝에 지난 3일 스페인과 평가전 때 이운재 대신 후반 교체 투입돼 안정적인 캐치와 수비 지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장 중요한 그리스와 남아공 월드컵 개막전에서 선방을 펼친 정성룡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2, 3차전 출전도 사실상 예약하며 이운재의 시대를 마감하는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