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故 이하늘 양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친구 김유라 양이
    ▲ 故 이하늘 양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친구 김유라 양이 "하늘아"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데일리

    "하늘아, 잘 지내고 있지? 하늘에서 꼭 봐. 우리들 지켜봐줘. 너의 꿈이었던 의사선생님. 천국에서도 아픈 사람들 많이 고쳐줘야 해…"

    태극기 파도치는 제주도, 작은 몸을 떨며 눈가에 가득 차오른 물기를 연신 닦아내는 한 소녀가 있다. 지난해, 故 이하늘 양과 함께 고무줄, 공기놀이 하며 놀던 외도초등학교 4학년 김유라 양.

    하늘이와 함께 한 3개월 이란 시간은 마치 3년 같았다. 너무나도 좋아했던, 그리고 참 많이 부러워했던 내 친구 하늘이. 하늘이가 너무 보고 싶어 자꾸 눈물이 흘러 나온다. ‘하늘이 좋은 곳에 가게 해주세요’. 지난해 하늘을 향해 붙인 편지, 그 바람대로 하늘이는 분명 천국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겠지?

    하늘이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닮고 싶었다. 태극기를 달 때마다 하늘이가 생각날것 같다. “현충일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달려 있을거야. 약속할게, 하늘아. 하늘에서 꼭 봐. 꼭 봐야해…”

     

  • ▲ 지난 5일 故 이하늘 양의 추모식에 참석한 제주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5일 故 이하늘 양의 추모식에 참석한 제주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 뉴데일리

    지난 5일 오후 7시, 제주 시청 어울림마당에는 태극기의 손에 든 제주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지난해 6월 6일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하다 바람에 작은 몸을 휩쓸린 故 이하늘 양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서다.

     

    “제주에서 광화문까지. 태극기의 물결을 이어 나갑시다!”

    홍석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제주도지회장의 외침에 따라 제주 시민들이 손에 들린 태극기가 힘차게 하늘에서 춤을 췄다.

  • ▲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에게 위로의 악수를 전하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인 ⓒ 뉴데일리
    ▲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에게 위로의 악수를 전하는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인 ⓒ 뉴데일리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나라를 사랑했던 훌륭한 소녀가 목숨을 잃었으니, 그 깊은 뜻을 기리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도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하늘양의 어머니에게 위로의 악수를 전했다.

    추모식에는 제주시민 300여명과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 22명이 참석해 작은 천사로 남은 하늘이의 명복을 빌었다. 작은 소녀의 죽음이 결코 헛된 일이 되지 않기를….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 그렇게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특히, 당시 하늘이의 담임선생님이었던 외도초등학교 김민욱 교사는 군 생활 중에 특별 휴가를 얻어 참석해 하늘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하늘이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나도 착하고 사랑스러웠던 반장이었고, 어딜 가나 돋보이는 학생이었어요.”라고 짧게 말한 뒤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집고 나오는 슬픔을 참아내려 안간힘을 쓰며, 그렇게 버텨내고 있었다.

    김민욱 교사는 이날 지난해 하늘이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로 적어 내린 '사랑하는 나의 첫 제자 하늘이를 생각하며'라는 글을 낭독했다.

  • ▲ 추모식에 참석한 김민욱 교사의 손을 꼭 잡고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추모식에 참석한 김민욱 교사의 손을 꼭 잡고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그는 “2009년 3월 2일, 설레는 마음으로 내가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날,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첫 제자들, 그 중에서도 하늘이는 예쁘게 머리를 묶고 고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라고 하늘이를 기억했다.

    그 후부터 김 교사와 하늘이의 짧지만 소중한 만남이 시작됐다. 글 솜씨가 뛰어났던 하늘이는 매일 일기를 한 장 가득 써왔다. 하늘이 일기는 새내기 교사였던 그에게 가르치는 보람과 자부심을 선사했다. 그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2009년 6월 6일 오후, 너무나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나라를 지킨 임들을 위해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달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다. 평소 배운 대로 하는 하늘이의 태도를 아는 그는 순간 생각했다. ‘조기를 달기 위해 바람이 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혼자 애쓰다 그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김 교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내 가슴을 파고들다”라며 “하늘이가 발표하는 모습, 아이들과 뛰어노는 모습, ‘선생님!’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 터질 것 같은 심장과 함께 하늘이와의 기억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 故 이하늘 양의 추모식에서 태극기를 나눠주고 있는 양익준 씨 ⓒ 뉴데일리
    ▲ 故 이하늘 양의 추모식에서 태극기를 나눠주고 있는 양익준 씨 ⓒ 뉴데일리

    하늘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기 위해 화장터인 '양지공원'에 하늘이 친구들과 함께 갔다. 그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나타났을 때 다시 오열하고 전율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현실을 받아드려야 하지만 그 현실을 받아드리기에는 그 또한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아 힘들었다. 하늘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만큼 하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는 “국경일에 집집마다 가득 걸려있는 태극기를 보면서 좋아하던 하늘아, 이제 우리들과 같이 그 모습을 볼 수는 없겠지만 부디 하늘에서나마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나에게 하늘이는 첫 제자이고, 하늘이에게 나는 마지막 선생님이지. 이 묘한 인연을 나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게”라고 가만히 작은 친구 하늘이의 이름을 불렀다.

    이어 추모식에는 무용협회의 살풀이와 작은 천사 하늘이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상징한 퍼포먼스가 진행 됐다. 하늘을 나는 하얀 풍선이 천국에서 11살을 맞은 하늘이에게 닿기를 바라며, 가슴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날 추모식을 통해 처음으로 하늘이에 대해 알게 됐다는 양익준(24, 대학생) 씨는 “청년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아이가 했다는 것에 안타깝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 ▲ 故 이하늘 양의 추모식에는 태극기의 물결로 가득했다.(좌-태극기 퍼포먼스, 우-청와대 어린이기자단 진다영 양과 김수연 양) ⓒ 뉴데일리
    ▲ 故 이하늘 양의 추모식에는 태극기의 물결로 가득했다.(좌-태극기 퍼포먼스, 우-청와대 어린이기자단 진다영 양과 김수연 양) ⓒ 뉴데일리

     

    "저 한테 딸 한 명만 주시면 안 될까요?"

  • ▲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 장호정 씨 ⓒ 뉴데일리
    ▲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 장호정 씨 ⓒ 뉴데일리

    지난해, 하늘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이명박 대통령의 위로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故 이하늘 양의 어머니 장호정 씨와 만난 청와대 홍보수석실 김철균 비서관. 하늘이의 1주기를 맞아 다시 제주도를 찾은 그의 손을 그녀가 꼭 쥔 채 그의 세 딸의 안부부터 챙긴다.

    딸아이의 1주기 추모식. 가슴을 넘어 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슬픔을 집어 삼키며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저 한테 딸 한 명만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쥔 두 손이 떨이고 이윽고 그녀와 그의 눈가에 물기가 가득 차오른다. 그렇게, 자신의 딸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지난 시간 슬픔의 고름을 빼내지 못했다. 1년 전 태극기를 품에 안고 잠 든 하늘이는 여전히 그녀의 가슴 속에 숨 쉬고 있었다.

    너무나도 순수한 사랑으로, 그 누구보다 넓은 가슴으로 나라를 품에 안은 ‘태극기 소녀’ 하늘이. 제주를 넘어 광화문까지, 태극기의 물결이 온 나라를 뒤덮는 그날. 하늘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천국을 넘어 이곳에서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전해질 것이다.

    하늘아, 우리는 알고 있다. 태극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하늘아! 하늘아! 국가와 국민은 너를 잊지 않고 있다. 너의 고귀한 애국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