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가 많이 달려있지 않네. 엄마, 바람이 시원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깥 풍경을 본 소녀는 엄마에게 태극기를 찾았다.
    오늘은 6월 6일 현충일. 당연히 조기를 달아 나라를 지킨 영령들을 추모하는 날이었다.

  • ▲ 고 이하늘 양 ⓒ 자료사진
    ▲ 고 이하늘 양 ⓒ 자료사진

    태극기를 찾은 소녀는 베란다로 향했다.
    오전 10시50분이었다.
    베란다에 설치된 국기게양대는 소녀는 키보다 높았다. 작은 의자를 가져와 놓았다. 의자 위로 올라가니 발돋움하면 게양대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발꿈치를 높이 치켜들고 팔을 길게 뻗었다. 힘들게 태극기의 깃봉을 게양대에 꽂을 수 있었다.
    “이젠 됐다.”
    의자를 내려오던 소녀에게 순간 지난 3.1절의 기억이 스쳐지났다. 3.1절에도 소녀는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하지만 바람에 날려 태극기가 게양대에서 떨어져 나갔었다.
    ‘맞아. 접착테이프를 붙이면 지난번처럼 태극기가 떨어지진 않을거야.“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방에 가서 접착테이프를 가져왔다. 
    다시 의자 위로 올라섰다.
    태극기 깃대를 잡고 테이프를 단단히 붙이려는 순간. 갑자기 의자가 휘청거리고 소녀는 중심을 잃었다.
    “엄마~!”
    그게 끝이었다.
    소녀는 11층 아파트 아래 화단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친구들과 영원히 헤어졌다.
    살아 있었다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소녀, 하늘이는 그리고 엄마 아빠의 소중한 외동딸이었다.

    하늘이는 국민들의 가슴에 태극기를 심어주고 떠났다.
    ‘의사’를 꿈꾸던 하늘이.
    평소 국경일에는 집집마다 펄럭이는 태극기가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 작은 가슴에 담겼던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은 이제 국민들 모두의 가슴에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하늘이의 담임선생님이었던 김민욱 교사는 하늘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일상에서도 배운 대로 하던 하늘이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을 맞아 3.1절 때처럼 스스로 태극기를 달았다. 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려온다.’
     
    ‘태극기 소녀’로 우리 가슴에 살아있는 하늘이를 5일 오후 다시 만난다.
    제주시청 앞 어울림마당에서다.
    수천 개의 태극기가 어울림마당을 뒤덮을 때, 하늘이는 해맑은 미소와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