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건 배후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최종적인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 소행이라는 심증이 굳어집니다. 대응해야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증거로 나타났을 때입니다. 북한 소행일 경우 남한이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나 국민은 이 질문에 답변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한국의 고민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입니다.
    현재로서는 명쾌한 응징책이 없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은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것은 정치적 언어일 뿐입니다.
    어느 관계자는 유엔에다 회부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궁리는 정부 관리의 해결책 치고는 참으로 초보적입니다. 북한 문제가 유엔에 하루 이틀 회부된 것도 아니고 그 결과가 어떠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정부 관리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책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면 북한은 속으로 웃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파 주장대로 무력 공격을 하면 전쟁으로 갈 수가 있고, 좌파 주장대로 눈감고 지나가면 국가로서 존립 명분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했습니다.

    클린턴 정부 때 제네바 협약을 통해 평화로 가는 것 같았지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가서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을 때 북한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해 왔습니다.

    부시 정부가 들어서서 북한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처음에 부시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북한을 이란 이락과 함께 세계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악마적 정권을 금방이라도 붕괴시킬 것처럼 기고만장 했었습니다. 그러나 부시 정부 8년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성공케 하고, 결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바마 정부도 북한 문제에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많습니다.
    미국이 북한 문제에서 계속 실패한 것은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과 함께, 큰 소리만 칠뿐 미국이 사용할 카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졌고, 큰 소리를 쳐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카드가 없으면 종이 호랑이가 되고 맙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수수방관해야 하는 종이 호랑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핵개발 위협을 했을 때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고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던 북한 전문가 윌리암 페리와 진보성향을 띤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지가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 공격할 것을 주장했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처방이었습니다.
    부시 정부의 보수 세력이 외교적 해결책을 강조할 때 북한통 진보세력이 선제공격을 주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입장이 바뀐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처방을 무시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큰 소리를 쳤으나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호언장담만 한 것입니다.
    머쓱해진 미국정부는 핵을 제3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용인치 않겠다는 말로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렸습니다.

    윌리암 페리 주장대로 미국이 미사일 기지를 선제 공격하고 핵 실험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책을 구사했으면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은 그만큼 감소되었을 것입니다. 
    미국은 실기를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가진 카드는 미국 정부가 가졌던 카드보다 더욱 허약합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 선제 공격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해도 북한이 미국을 향해 무력 도발을 할 수가 없었고, 화풀이로 남한을 공격할 수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때는 남한 정부가 북한에 동조하는 좌파적인 노무현 정부였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남한 정부가 이른바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를 할 경우 북한이 가만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서지컬 스트라이크'는 '수술 폭격'이란 뜻으로 어느 특정한 지역에 수술하는 것처럼 '족집게 폭격'을 하는 것으로 이스라엘이 잘 쓰는 방법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약점은 폭력 수단이나 전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가치관과 정치 구조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자기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으나 자유 민주진영은 그런 불법 행동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와 윤리성과 여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죽기 살기로 너 죽고 나 죽자의 극단적인 태도로 나오지만 남한은 북한과 같이 죽을 수가 없습니다. 같이 죽기에는 남한은 잃을 것이 너무 많습니다.

    테러를 응징하는 데는 이스라엘이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사건이 발생한 뒤 이스라엘 비밀 공작단이 배후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서 살해한 뒷 이야기는 영화까지 나왔었습니다. 최근에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이스라엘 수상과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되어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응징과 암살 정책은 자구책이라고 이스라엘은 주장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서 오만성과 무모성에 세계적 비판이 쏟아지고,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정교하고 놀라운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이스라엘 방법을 쓰는 데는 신중해야겠지만 테러를 받았을 경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가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의 후견자인 중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 북한의 마음을 돌리거나, 아니면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남한이 비집고 들어가 북한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책이 아닙니다. 중국의 역사와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정치인들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해결 방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을 개발한 것도 중국의 묵인 하에 실행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겉으로는 화를 내고 유엔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서에 공조했었지만 깊은 내심과 내막에는 다른 계산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통찰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미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 국가가 되었습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 틈을 만들려면 한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중국 인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장기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인종 사회인 중국에 자유와 민주를 전파할 때 중국 인민은 중국 지도자와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고 대 북한 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김정일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권 교체'(regime change)입니다.
    정권 교체는 체제는 그대로 두고 최고 지도 세력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들에게까지 3대를 세습하려고 하는 김정일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권 교체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수많은 국민이 굶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굶어죽는 국민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돈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핵을 개발할 수 있는 불감증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정권 교체입니다.

    정권 교체 작전은 불가능을 가능토록 하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영화를 방불케 하는 비밀적인 방법이 있고, 공개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야 합니다.

    비밀적인 방법은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강구할 문제이고 한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공개적인 정권교체 방법입니다.
    그 방법의 기본 철학은 '헬싱키 정신'입니다.
    헬싱키 정신은 1975년 미국과 소련, 유럽 등 35개국이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체결한 협약으로 이들 국가들은 "주권을 존중하고 전쟁을 방지하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권' 문제를 집중화시키고 초점화 시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 협약을 바탕으로 소련과 동구의 인권문제를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제기해 결국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를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의 정치 수용소, 탈북자 문제, 아사자들의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북한 동포들이 자유 의식에 눈을 뜨게 하는 의식화 운동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때 정권 교체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운동은 민간이 주도되어 전개할 수도 있고, 정부가 나설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면 한반도는 새로운 냉전체제로 들어갈 수 있겠지만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민간 단체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북 풍선 보내기 운동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은 풍선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과 '달러'까지 넣어서 보낸다고 합니다. 미국 돈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북한 주민들이 미국 돈을 당장 사용할 수 없고 자칫하면 증거로 꼬투리가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돈'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북한 돈도 새 돈보다는 조금 사용한 헌 돈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북한 돈을 남한에 유입시키는 과정에서 실정법과 윤리성을 위반할 수도 있겠지만 천안함을 테러한 잔혹행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점은 민간 단체가 한국 정보기관으로부터 합법적인 협조를 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여기에 북한 동포들이 좋아한다는 초코파이나 비스킷, 부패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식품을 함께 보내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배고픈 인민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먹을 것입니다. 먹고 나면 사상도 의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선인과 악한이 대결하면 많은 경우 선한 사람이 집니다.
    악인은 모든 잔인성을 다 동원해서 상대를 제압하나 선인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악인이 궁지에 몰려서 살려달라고 애걸하면 선인은 동정심을 베풀고 총을 집어넣고 뒤를 돌아서지만, 그 순간 악인은 뒤에서 배반의 총을 발사합니다. 이것이 목적을 절대화하는 집단과, 수단을 소중히 여기는 집단 간의 공통적인 싸움 양상입니다.

    북한 사회주의는 모든 마키아벨리즘을 다 동원해서 한국과 대결하는데 한국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거기에다 한국이라는 자유진영에서는 북한 동조 세력이 만만치 않게 잠복해 있고, 많은 사람들은 북한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남한 내의 안보의식을 전환시키는 계기로 삼는 방책도 모색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을 민족의 핵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생각을 철없는 생각이라고 일소하기에는 한국의 안보관이 바닥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천안함의 비극을 북한의 정권 교체 운동의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천안함은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