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통수권자로서 처음으로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은 "강한 "이란 단어를 무려 11번이나 사용했다.

    "강한 대한민국은 강한 안보에서 나온다. 강한 경제도 강한 안보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 위대한 국민이 만든 강한 나라" 등의 표현을 통해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를 통해 "우리가 더 강해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훗날 역사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우리 국군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강력한 군 개혁과 시스템 점검, 안보의식 강화 등을 예고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실제적으로 강한게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천안함 사건 이전과 이후가 분명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성격을 띤 이날 연설에서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고 규정한 뒤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힐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를 포함해"라는 대목에서 처음부터 북한 개입을 강하게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 국제협력을 이끌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주력했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라도 우리가 즉각 착수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우리의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일"이라고 적시했다. 군 기강해이, 전력강화, 시스템 점검 등 내부적 문제도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강한 안보를 위해 국가 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를 한시적으로 즉각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 안보특보 신설, 위기상황센터를 위기관리센터로 강화시키는 방안을 발표했다.
    위기관리센터로의 전환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상황센터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받아 전파하는 기능을 했다면, 관리센터는 상시적으로 위기를 예상하고 사전 진단, 기획하는 업무를 다루게 되기 때문에 실제 업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사회전반적으로 해이해진 안보의식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삭제해버린 '북한=주적'이라는 '주적개념' 부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들도 불과 50㎞ 거리에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고 말했다. 원고에는 없던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라는 문구를 현장에서 추가할 만큼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이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군의 전반적인 전력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유일의 적대 분단 상황에 있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의 군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비 태세'를 언급했다. 전력 구축을 위한 군의 후속대책이 주목된다.

    거듭 군의 정신무장을 주문하면서도 이 대통령은 군의 사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이 대통령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해선 결코 안된다"면서도 "특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영토를 지키는 군은 어떠한 실수도 용납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군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안팎에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세력들의 '군 흔들기'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군은 오로지 나라 지키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며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우리 군을 굳게 믿는다. 군은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로서 반드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사명감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