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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너무 미안해요"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로 희생당한 46용사에 대한 '해군장'이 3일째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서울시 공식집계에 따르면 26일 자정 기준으로 1만492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순국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행렬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엄마 손을 붙잡고 나들이 겸 서울광장을 찾은 어린이들도 있었고 숙연한 표정을 짓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며 말없이 헌화를 하는 노년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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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글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는 김하령(가운데)씨 외 2인. ⓒ 김상엽 기자
특히 분향소 왼편에 마련된 대형 게시판(조의록)에는 조문을 마치고 나온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포스트잇고 근조 리본을 가득 붙여놔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군인 아저씨 감사합니다"라고 삐툴빼툴하게 적은 메모지부터 "그대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장년층의 힘 있는 글씨까지, 저마다 모양은 달랐지만 국민을 대신해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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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령씨는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며 "세상을 떠난 장병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 김상엽 기자
조문을 마치고 정성스레 메모지에 글을 적고 있던 3명의 여학생들도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는데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으니까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간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왔다"며 "주위에 제대한 오빠들이나 군 입대를 앞둔 친구들이 많이 있어 이번 참사가 남 일 같지가 않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어떻게 오게 됐나요? 혹시 순국장병 중 지인은 없는지?
▲김하령 : 해군에 복무 중인 친구들도 있고,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오빠들도 많아요. 내 친구가 내 오빠가 동생이 이렇게 될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요.
- 비가 오는 날씨에도 오셨네요. 친구들 사이에 헌화를 하러 가자는 분위기가 일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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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향소에 오니 착잡하고 슬프다"고 밝힌 배진화씨. ⓒ 김상엽 기자
▲김하령 : 평소 뉴스를 보고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았아요.
▲배진화 : 솔직히 하령이가 주도해서 오게 됐구요. 저는 이곳에서 합동분향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알려줬어요.
- 막상 오니 기분이 어떤가요?
▲배진화 :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더 착잡하고 슬프네요. 그냥 미안해요.
- 뭐가 미안하죠?
▲김하령 : 아무것도 해준 게 없으니까. 우리를 대신해서 돌아가신 거니까.
- 주위에 남자 형제들은 없나요?
▲윤지수 : 친척 오빠가 소위에요. 친구들 오빠들은 다 제대했구요.
- 사고 발발 이후 현재까지 상황에 대해 특별히 느낀 점은 없나요?
▲김하령 : 답답한 것은 금양호 선원들도 같이 도와주다 가셨는데 그분들은 보상도 못받고 있다는 점이에요. 추모 분위기도 전무하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대가도 없이 도와주셨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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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에 응한 김하령, 배진화, 윤지수씨(좌측부터). ⓒ 김상엽 기자
- 정부나 군에 바랄 점이 있다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느정도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국민들도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폐만 할 것이 아니라 공개할 건 다 공개한 뒤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어요.
- 사고 원인이 북한의 도발이라는 주장이 우세한데요. 이에 대한 의견은?
▲다 불쌍해요. (북한)상부에서 시켜서 한 것이지 아랫 사람들은 이런 일에 동의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