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굵은 빗줄기도 추모객들의 절절한 발걸음을 되돌리진 못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지 정확히 한달째이자, 희생 장병 46명의 '해군장' 이틀째인 26일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애도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는 26일 오후 10시 현재 총 1만 명(누계)의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합동분양 첫날인 25일보다 3배가 넘는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 ▲ 시민들이 순국장병들을 애도하기 위해 국화꽃을 받아 들고 합동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시민들이 순국장병들을 애도하기 위해 국화꽃을 받아 들고 합동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가로 22m, 세로 8m, 높이 6.7m 규모로 만들어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제단에는 2만5000여 송이의 국화가 장식돼 고인들의 넋을 달랬는데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힌 근조 현수막과 희생 장병들의 영정을 마주한 시민들은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46명의 용사들을 향해 머리숙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김하령(경희대 간호학 2년)씨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도 우리를 대신해서 돌아가신 장병 여러분들을 생각하니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면서 "순직한 분들 중에는 저희 또래들도 많이 있고, 주변에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도 많이 있어 더욱 가슴이 찡했다"고 밝혔다.

    일산에서 왔다는 김종철(65)씨는 "아들만 셋이라 남일 같지가 않아서 이곳을 찾았다"며 "이번 참사를 우리 모두의 일로 여기고 군과 국민이 더욱 단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 추모객들이 순국장병들의 영정과 위패 앞에 나와 묵념을 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추모객들이 순국장병들의 영정과 위패 앞에 나와 묵념을 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윤성수(22·노량진 거주)씨는 "순국한 장병 중 장철희 일병은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신분당선(주)'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던 분이었다"면서 "사고 소식을 듣고 설마 이분이 정말 맞는지 반신반의했었다"고 말했다. "자료를 찾아본 결과 동일 인물임을 알고 허탈함과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윤씨는 사이버상에서 만난 친구를 잃은 슬픔을 애써 감추며 "이런 일이 다시는 생겨선 안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조문을 온 직장인들, 그리고 군 장병들이 단체로 합동분향소를 찾아 순국한 장병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 ▲ 해병대전우회 서울연합회원들이 묵념을 하며 순국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해병대전우회 서울연합회원들이 묵념을 하며 순국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 김상엽 기자

    특히 붉은색 군복으로 통일한 해병대 전우회원 다수는 일사불란하게 합동분향소를 방문, 절도있는 모습으로 유명을 달리한 후배장병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성금(62) 해병대전우회 서울연합회장은 "후배들이 서해바다에서 죽었는데 시신도 다 못찾지 않았느냐"며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경우엔 여야 막론하고 정치 논리보다는 대한민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마음 한 뜻으로 다같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오늘은 25개 서울지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내일부터는 조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역과 서울광장에서 차량 봉사를 할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원활한 조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 ▲ 탤런트 이재룡(가운데)이 숙연한 표정으로 순국장병들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탤런트 이재룡(가운데)이 숙연한 표정으로 순국장병들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밤 늦은 시각에도 추모행렬은 계속됐다. 오후 10시 현재에도 시청 인근 상인들과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울광장을 방문, 영정 앞에 분향과 헌화를 하며 고인들의 넋을 달래는 모습이다.

    전날에 이어 서울광장 분향소 한켠에 마련된 게시판(조의록)은 시민들의 눈물어린 추모글이 담긴 형형색색의 포스트잇과 근조 리본이 꽉 들어차 또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한 눈에 봐도 어린학생들이 적어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서툴게 써 내려간 글귀부터 힘 있는 글씨체로 "그대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장년층의 다짐까지, 실로 다양한 계층이 순국 장병들에 대한 못다한 마음을 글씨로 풀어냈다.

  • ▲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한켠에 마련된 조의문 게시판을 한 여성이 지켜보며 순국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한켠에 마련된 조의문 게시판을 한 여성이 지켜보며 순국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 김상엽 기자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다시 길을 나서던 일부 시민들은 오색찬란한 조의문 게시판을 발견한 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특정 메모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가하면 일부는 감정이 북받혀 눈물을 흘리는 등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고인들을 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 ▲ 시민들이 분향 및 헌화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 김상엽 기자 
    ▲ 시민들이 분향 및 헌화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 김상엽 기자 

    한편 합동장례 이틀째인 이날엔 시민들 외에도 각계 인사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 8시 40분 합동분향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시발로, 오전 10시 15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간부급 100여명이 단체로 서울과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후 상주를 대표해 나온 해군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전날 분향소를 미리 방문한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비롯,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장병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필두로 소속 의원 70여명이 조문대열에 합류했으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 30여명, 손학교 민주당 전 대표 등 다수의 전·현직들도 일제히 예를 갖추고 조문을 마쳤다.

    이밖에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탤런트 이재룡 등 스포츠·연예계 인사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 ▲ 궂은 날씨에도 불구, 조문객들이 순국장병들을 기리며 헌화를 하는 모습.  ⓒ 김상엽 기자 
    ▲ 궂은 날씨에도 불구, 조문객들이 순국장병들을 기리며 헌화를 하는 모습.  ⓒ 김상엽 기자 

    정부는 순국한 46명의 천안함 장병들에 대해 5일간 해군장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9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된데 이어 영결식이 열리는 29일은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키로 했다.

    장의위원회는 해군참모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고문에는 국방부 장관 국회의원 등 총 72명이 선임된 상태다.

    합동분향소는 경기도 평택시 제2함대사령부 체육관을 중심으로, 전국 16개 시도에 시민분향소을 마련한 것은 물론 군부대에도 전국 90개소에 분향소를 설치·운영 중이다.

    전국 34개 시민분향소의 운영시간은 아침 6시부터 밤 12시이며 영결식 당일(29일)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순국장병들의 영결식은 29일 오전 10시부터 평택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진행된다. 이후 합동안장식까지 마친 운구는 국립 대전현충원 희생병장 합동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