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6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한 김무성 의원(4선. 부산 남구 을)은 이 질문에 "그렇게 안 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의 답변에는 머뭇거림도 없었다. 박 전 대표의 반대로 원내대표직을 놓친 김 의원의 출마에 쏠린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박근혜'였다.

    김 의원이 자신의 출마에 대해 박 전 대표와 상의했는지, 그의 그늘 아래 있는 친박계 의원들은 설득이 됐는지 등이 그의 출마를 지켜보는 이들의 주요 궁금증이다. 일단 박 전 대표와 상의는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말씀 못 드렸다"고 답했다.

  • ▲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러닝메이트인 고흥길 의원.ⓒ연합뉴스
    ▲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러닝메이트인 고흥길 의원.ⓒ연합뉴스

    첫 질문처럼 박 전 대표가 그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친박 의원들의 역시 그를 등질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출마에 부정적인 친박계 의원들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많은 친박 의원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도 "친박계 50명 의원들 중 40명은 (출마에) 찬성을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출마를 저울질 하던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불출마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주말 출마회견을 계획했던 모 의원은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공개적 반대만 없다면 추대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당 일각의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이계 상당수 의원들도 김 의원을 지원사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박계 내부는 김 의원의 출마에 내심 곤혹스런 분위기다. 일부 친박계 관계자들은 김 의원의 출마회견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직접 기자회견장을 찾기도 했다. 그 만큼 그의 출마가 친박계에겐 큰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세종시 처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원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김 의원은 세종시 처리 문제에 대해 "(세종시를 논의 중인) 당 중진협의체의 의견을 들어보고, 당 지도부와 합의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라 오늘은 뭐라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가 출마회견문에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다면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적당히 성공한다고 해서 다음 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어 여권 주류에 적잖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그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그는 "선진국들도 힘들어하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고, G20 정상회의 유치와 향후 우리나라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원자력발전소 수출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어도 국민들은 집권여당을 질책하고 있다"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현 여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원인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당에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곧바로 "정치력은 없으면서 교만하기만 한 집권여당, 이것이 국민들께서 우리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시선일 지도 모른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강성 친박 의원들은 이런 김 의원의 인식과 다르다. 세종시 문제의 경우 박 전 대표의 입장 변화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태세고, 김 의원의 말과 달리 그의 출마에 "유쾌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통해 계파간 화합은 물론 세종시 수정, 개헌 등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여권 주류의 기대와 동시에 이 카드가 오히려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한편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고흥길 의원(3선. 경기 성남분당갑)을 택했다. 두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함께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짝을 이뤄 출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