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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부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항공기 추락 사고는 러시아 정부가 이른바 '카틴 숲' 사건 때문에 착륙을 거부한 데 원인이 있다고 폴란드 의원이 주장했다.
13일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따르면 아르투르 고르스키 의원은 폴란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카틴 숲'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던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발길을 돌리려 4차례에 걸쳐 항공기 착륙을 거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틴 숲' 사건이란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2천명을 카틴 지역에서 처형한 사건으로, 폴란드인들이 러시아에 대해 가진 원한을 상징해왔다.
러시아는 카틴 숲 70주년 추모 행사에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초청했으며, 카친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초청 없이 개별적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게 됐다.
고르스키 의원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카친스키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꺼려 '의심스런 이유'를 갖다대며 항공기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속셈 때문에 폴란드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승객 96명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측은 카친스키 대통령이 이곳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참석할 경우 며칠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사한 추모 행사가 빛을 잃을 것으로 우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대통령을 태운 항공기를 모스크바나 민스크 공항으로 보내려 했다"며 "그들은 공항에 안개가 꼈다거나, 항법 체계를 고치는 중이라 작동이 되지 않는다거나, 공항 활주로가 짧다는 의심스러운 이유를 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러시아 항공관제 담당자는 폴란드 조종사가 '카친스키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위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착륙하라'는 압박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루지야 공화국의 트빌리시 공항 착륙을 거부당해 다른 공항으로 갔던 조종사가 카친스키 대통령에 의해 해고된 적도 있다고 이 담당자는 지적했다.
그는 폴란드 조종사와 러시아 관제탑 사이에 심각한 언어 장벽도 있었다면서 마지막 착륙 시도는 러시아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와 폴란드 고위 관계자 등 96명을 태운 폴란드 정부 소유 비행기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추락하면서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카틴 숲 추모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에 '새로운 출발'을 제안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