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트럼프-젤렌스키 담판 앞두고 키이우 공습 … 우크라도 러 본토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종전 협상 회담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본토를 향해 드론 공격에 나서며 양측의 공방이 격화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키이우 곳곳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울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26~27일 밤 사이 드론 약 500대와 미사일 40발을 동원해 에너지 시설과 민간 인프라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에너지 인프라 피해로 주거용 건물 2600곳과 어린이집 187곳, 학교 138곳, 사회복지시설 22곳의 난방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장관 대행은 이번 공습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전력회사 DTEK는 공습 여파로 키이우 좌안 지역에 비상 정전 조치가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총리는 약 60만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공습 여파는 인접국으로도 번져,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루블린 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폴란드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러시아는 전날 밤에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했으며, 주요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러시아군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인프라·에너지 시설·군사기지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이날 오후 러시아를 향해 대규모 드론 반격에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 우크라이나 드론 111대를 방공망으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73대는 브랸스크주 상공에서, 8대는 모스크바주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모스크바로 향하던 드론 11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브누코보·셰레메티예보 공항은 한때 운영을 제한했다.

이번 공방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28일 미국에서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논의하기 직전에 벌어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의 상당 부분에서 간극을 좁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완전 철수하고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을 유지한 채 교전 중단을 희망하고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0개 항목의 평화안 초안이 90% 완성됐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돈바스 영토 문제와 자포리자 원전 운영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