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서소문 청사 브리핑룸을 찾았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기자들에게 정책설명회를 열었다.

    최근 오 시장은 굵직한 일정들을 연기해왔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 선언도, 5월 1일 부터 9일까지 개최하려던 서울시의 대표적인 봄축제 '하이서울 페스티벌 2010'도 가을로 연기했다. 이런 조치들이 천안함 침몰 사고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란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 시장으로선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쟁자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법원에서 1심 무죄 판결 뒤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 오 시장 측은 겉으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된 것도 아니고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한 사람의 정치인인데 대응할 만 한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개념 저층 주거지 '서울휴먼타운'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휴먼타운'은 보안.방범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이 하나로 통합된 방안이다ⓒ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개념 저층 주거지 '서울휴먼타운'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휴먼타운'은 보안.방범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이 하나로 통합된 방안이다ⓒ연합뉴스

    그러나 한 전 총리 무죄판결 뒤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오 시장이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책설명회를 준비한 것을 두고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판결과 이후 여론조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오 시장이 직접) 기자설명회를 했다"고 말했지만 최근 오 시장이 마이크를 잡은 횟수는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지난 2월 16일(평생교육 관련 설명회)과 지난 3월 18일(일자리 창출 관련 설명회) 이후 처음이다. 연기했던 출마선언도 14일로 계획했다. 오 시장측 경선준비본부 이종현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가급적이면 내일 할 예정인데 천안함 인양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가급적 정치적 공방보다는 정책을 통해 여론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변인은 "앞으로 정책을 꾸준히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이날 발표한 '서울휴먼타운(Seoul Human Town)'조성은 가장 민감한 '주택'문제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시의 주택정책이 획일적인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으로 아파트 공화국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내놓은 대안이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을 아파트로 재개발하지 않고 보안·방범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해 '신개념 저층주거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주요골자다. 이를 통해 재개발로 인한 저층주거지의 멸실을 줄이고, 저층주거지의 안정성을 높여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조성될 저층주거지는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해 관리규약을 제정하고, 관리소 운영 등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기반시설과 건축물 리모델링 등은 공동으로 관리 및 유지·보수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사업 구역은 다세대·다구가 밀집지역의 경우 10만㎡ 내외에 기반 및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이나,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으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은 5만㎡ 내외의 동일한 특성을 가진 곳으로 지정한다. 시는 우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각 유형에 따라 2~3개소의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해 하반기부터 사업을 착수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휴먼타운 조성사업은 도시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곳, 노후한 부분만 솎아 정비해나가는 소단위 맞춤형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개선을 통해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