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을 알자면 우선 김정일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사회주의 국가, 주체사상, 선군정치의 범주로만 북한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김정일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북한을 연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세습정치로 장기 집권하는 정권이기 때문이며, 국가권력이 김정일 개인에게 집중되도록 1970년대부터 당 조직부 중심으로 극히 조직화된 유일지도 체제이기 때문이며,
    김일성, 김정일 신격화를 이념의 첫 자리에 놓는 김씨 종교 정권이기 때문이며,
    정치범 수용소와 3대멸족법으로 강력한 통제력과 권력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한은 일인체제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의 합리성보다 김정일 개인의 합리성이 더 중시되며 한 사람의 성격과 취미, 사고의식이 곧 국가화로 표현된다.

    성격이자 운명이란 말이 있다.
    김정일의 성격 형성 과정은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선천성이라고 할 때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사고와 인식 능력, 천성적인 감성이 그의 논리로 고착되기 전까지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선천성은 혈통도 물론 관계있겠지만 초기 성장과정으로부터 더 많이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은 태어날 때부터 왕의 아들이었다.
    하여 종적교제로만 성장한 그는 자기 본능의 노예가 될 만큼 극히 개인주의적이었다.
    신분 우월주의와 본능 절대감으로 인식과 감각의 1차성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김정일은 논리보다 감성이 더 발달 된 사람이다.
    더욱이 생모의 사망은 상실을 모르던 김정일에게 심각한 내적 공백을 주어 감성을 더 자극시켰다.
    김정일이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또한 어려서부터 반가정적 심리를 체험하면서 야심과 증오를 자기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인간이다. 국사일로 집안일에 무관심했던 아버지, 동생 쉬라의 죽음을 방치한 이유로 아버지의 냉대를 오랫동안 받았던 어린시절, 김성희(계모)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고 항거해온 일그러진 동심, 특히 김정일은 성장과정에 계모에 대한 거부감, 즉 내적 불만을 권력야심으로 변화시킬 줄 알았다.

    아버지의 인기를 자기의 인기로 착각하고 자랐기 때문에 세계를 물질과 자기와의 관계가 아니라 권력과 자기와의 관계로 인식했다.
    하여 권력 자부와 우월주의로 어려서부터 인적, 물질적 독점권을 강하게 주장하며 성장했다.
    유년시절은 성격과 기질의 형성과정으로서 신체적 특성, 타고난 천성, 혹은 부모의 영향,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아버지의 장기집권 속에서 수령의 아들로 성장한 김정일의 경우 북한 정세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런 경우 김정일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한국 전쟁이다.
    김정일은 겁이 많은 사람이다. 겁이 많아서 개혁도 못하고 독재를 고집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를 마주보는 사람에게 적의감을 느낀다.
    이는 최고의 권력에 습관 되고 자기를 항상 남보다 위에 놓기 때문에 시각적 평등도 절대로 허용치 않는데서 비롯된다.

    김정일의 후천성 성격은 주로 그의 사업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기질이 바로 독재 기질이다.
    수령 신격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꾸며진 그 합법성을 이용해 수령의 권력을 모두 가져오자면 신하들을 심하게 다루는 것으로 자기의 지위를 인위적으로 부각시켰야만 했다.

    그러다나니 그는 어느새 조폭해졌으며 돌아서기에는 이미 자기의 권력과 성격이 맞물려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도 항상 주위를 놓치지 않고 둘러보곤 한다.
    매사에 주위를 의식하는 그만의 권력 경계와 불안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다.
    그래서 그는 조용한 것을 너무 싫어한다.

    나는 그를 대낮의 독재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래선지 김정일은 450여명이 합창하는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 음악을 좋아한다.
    그는 그 합창을 방사포와도 같은 울림이어서 더 좋다고 했다.
    이는 격분과 희열이란 극단의 감정으로 강력한 독재를 유지해 온 김정일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 공포증이다.

    또한 그에게는 특이한 자아절대감이 있다.
    스스로도 자신의 언행을 절대화 한 결과 국정운영에서 심중함이나 두려움, 그 어떤 고려도 없이 즉석에서 발기하고 지시하는 즉흥성도 더 강해졌다.
    유일지도체제를 유지하자면 언제나 자기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선 안되는 것이다.
    하여 그는 자기의 천재성은 깊이보다 재치에 있다고 자화자찬한다.
    오늘의 북한은 바로 그렇게 김정일의 변화무쌍한 재치에 끌려간, 즉 개인적인 결과이다.

    김정일에게 있어서 또 하나 특이점은 눈물이 많다.
    독재자이기 때문에 약해지고 싶은 감성의 반작용이라고 할까.
    신격화로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자기의 비밀,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억제된 심정들을 눈물이란 최대의 감성표현으로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흘리는 자기의 눈물을 보았을 때 함께 감동하고 울어주는 신하들을 그는 무척 사랑한다.

    김정일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고지식한 사람이다.
    언제나 최고와 최대만을 실감하던 그였기때문에 작은 것에 대한 발견과, 그로인한 매력과 감동이 대단히 크다. 그래선지 국가영수답지 않게 장난끼도 많다.
    어려서 다 못 누렸던 동심, 언제나 자기의 개인감정을 숨기고 살아야만했던 과거가 그립고 아쉬워서 더한 것 같다. 그리고 권력에 상반되는 사소한 것에 대한 갈망과 애착이기도 할 것이다.

    김정일은 또한 사치가 심한 사람이다.
    이는 경제 최 후진국의 독재자로서 선진국들의 문명에 대한 갈망과 부러움이 항상 그의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치야말로 김정일의 심리 불안 해소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정일의 사치에 대해 김일성은 여러 번 공개 비판한 적도 있다.
    사치는 일종의 자기 과신이기도 하다.

    김정일은 아래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국가의 모든 재산을 독점했기 때문에 성취의 만족을 아래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데서 다시 한번 권력을 느낀다.

    김정일에게 있어서 유일한 인간애가 있다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집착이다.
    그는 여자에게서 사랑이 아니라 모성애를 원한다.

    그는 모든 면에서 수평적인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흔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다른 차원의 애정, 즉 생모의 그리움도 함께 달래 줄 수 있는 야릇한 애정을 원한다.
    그래서 그 어떤 여성이 자기를 구속해주기를 원하며 그 이상형을 찾아 벌써 몇 번째 아내를 맞았다. 절대 권력을 누리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반충되는 심리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