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trumpet of a prophecy!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 P. B. Shelley (1792~1822)

    미쳤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쉘리는 혁명적 기질을 타고난 그 시대의 기린아였습니다. 대영제국이 전성기를 맞은 19세기, 이제부터 몰락이 시작될 것을 시인은 미리 내다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지중해 어디에선가 가을이 깊어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목격하고, “서풍의 노래 (Old to the West Wind)”를 읊었습니다. 이 유명한 시의 결론이 바로 이것입니다.

    예언의 나팔이여! 오 바람이요,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

    지난 12월 22일이 해가 일 년 중 가장 짧다는 동지날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던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서 해가 짧다는 것은 여간 힘드는 자연의 현상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비관하지 않고 이런 말로 스스로 위로하였습니다. “동지 지나 열흘만에 해가 소 누을 자리만큼 길어진다” - 절망이 아니라 희망입니다. 동지를 지나면 그 다음날부터 해는 조금씩 길어집니다. 봄이 멀지 않았다고 그들도 쉘리와 함께 그렇게 믿고 살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동지가 지나고 벌써 20일이 가까이 되었습니다. 해가 그만큼 길어졌을 텐데 우리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70년 만에 서울에 큰 눈이 왔다고 합니다. 어떤 기상전문가는 100년만이라고도 합니다. 이미 80여년을 살았는데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눈을 겪어 본 적은 없습니다. 이젠 기후변화로 ‘3한 4온’도 적용이 안 되고 연일 강추위가 계속되니 한번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하늘이 이렇게 많은 눈을 내리셨는데 모두가 불평뿐입니다. 어린애들과 강아지들만이 기뻐 뛰놀 뿐입니다. 하기야 출근길이 힘들기 때문이겠죠. 눈을 빨리빨리 치워주지 않는다고 서울시 당국자를 욕을 합니다. 눈을 내린 하늘에 대해서는 욕 한마디 못하고.

    회사 좀 쉬면 안 됩니까. 관공서 좀 놀면 안 됩니까. 증권시장이 문제라고요? 며칠 내버려 두지요. 오르겠으면 오르고 내리겠으면 내리고 오무관, 그러면 세상이 망할까요? 대통령도 북악의 흰 눈을 즐기며 며칠 쉬시지요. 정세균은 정동영을 만나서 이제 어쩌자는 겁니까. 쉬세요. 정치도 푹 쉬세요. “겨울이 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