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많이 잘못된 것은 확실합니다. “삼강·오륜”은 산업사회의 윤리·도덕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오랩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비판입니다. 농경사회의 생활규범을 사업사회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강과 오륜이 가치의 기준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철학자 칸트를 감동시킨 “가슴 속의 도덕률”은 세월과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므로 언제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웃을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용납될 수 없는 죄악입니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가 완벽한 나라라고 해도 아버지와 아들·딸의 관계가 대등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교육이 보편화된 사회라고 해도 선생과 학생이 대등할 수는 없습니다. 인권이나 인격을 피차에 존중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위계가 확실해야 가정이나 학교에 질서가 바로 섭니다.

    서울 시내의 모 대학에서 전체 293명의 계열별 석차(등수)가 담긴 교수 평가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는데 평가한 사람들이 누구며 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피교육자인 학생들이 이 평가에 참여했는지 안 했는지 밝혀진 바 없지만 총장은 동료 교수들의 화살을 피할 길 없어 교수 평가를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평가의 목적이 교수들 사이에 잘 가르치는 경쟁을 붙이기 위해서라니! 두고 보세요. 그 대학은 “교육부재”의 대학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는 아직도, 아니 영원히 “삼강”과 “오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