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로 향하는 학생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2008년 3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자녀유학을 원한다는 의견이 48.3%,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0.5%,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11.2%로 나왔다. 그 중 23.7%가 ‘한국의 교육제도가 싫어서’라고 답했으며, 36.4%는 국제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13.1%는 외국어 습득을 위해서 등으로 나타났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 세대의 바람과 현실에는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현지(가명, 21)씨는 대학 3년생으로 이번학기를 마치고 어학연수를 떠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여권, 비자, 학원 등록, 보험 등 떠날 준비와 학과 공부를 동시에 하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어학연수의 목적이 온전히 외국어 공부를 위한 것은 아니다. 다음 학기로 다가온 4학년, 취업을 대비해야 하는 현실에 대응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이 선택이 현실도피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이력서에 ‘유학’, ‘해외로의 여행 경험’, 혹은 ‘어학연수’라는 항목 없이는 취업 전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취업 후에도 이어지는 무한경쟁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전공, 재정적 여유를 여유 있게 고려하지 못하고 등 떠밀려 가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해외에서의 공부는 보다 넓은 안목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지구촌 시대인 현대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유학은 공부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도 ‘하나의 경력’으로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 교육에 대한 불신과 외면을 키우는 원인은 결국 교육제도 스스로의 문제가 아닐까. 한국의 교육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하루의 생활을 위해 인생을 희생하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학생을 만드는 교육으로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