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훈민정음학회 이기남 이사장 ⓒ 연합뉴스
    훈민정음학회 이기남 이사장 ⓒ 연합뉴스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를 가진 민족이니 긍지를 가져야지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 한글을 전파한 공로자로 평가받는 훈민정음학회 이기남 이사장(75)은 20일 이렇게 말했다. 10월 이후 언론 인터뷰를 일절 사절했다던 그는 "이번만 예외로 해야겠다"며 다시 한번 한글사랑을 드러냈다.

    이 이사장은 "유네스코에서 조사한 바로는 지구상에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민족이 5800여개가 된다"면서 "한글 전파를 계속해서 다른 지역으로 펼쳐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찌아찌아 족이 문자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 이사장은 찌아찌아족 학생을 위한 한글 교재 '바하사 찌아찌아1'을 언급하며 "이 교재가 초급인데 중급,고급 그리고 사전까지 발간해야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세계적 과학잡지 '디스커버리'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글"(1994년 7월호 ) 이라고 평가하는 등 과학성과 우수성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지만 정작 한국 대학에서 국문과는 '굶는과'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묻자, 이 이사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의 귀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모국어에 대한 사랑은 물과 공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우리 민족 뿐 아니라 인류의 귀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면서 "우리 말과 글을  발전시키고 다듬어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 ▲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가 채택해 활용 중인 '한글로 된 찌아찌아 교과서'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가 채택해 활용 중인 '한글로 된 찌아찌아 교과서' ⓒ연합뉴스

    이 이사장은 "찌아찌아족을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찌아찌아족은 문화 수준이 높고 문자를 갖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며 "문자를 만들어줘도 배워서 사용하려고 하지 않으면 그 문자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데 그런 의미에서 찌아찌아족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민정음학회의 한국어 전파사업을 "외국에 한국어를 알리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말에 그들이 사용할 문자를 만들어주는 일이고, 훈민정음을 인류애로 확산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한글을 우리만 갖고 사용할 게 아니라 나누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