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북한 군함의 우리 북방한계선(NLL) 침범은 북한이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전개하고 있는 화전(和戰) 양면책동의 일환이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0개월 동안 우리와 미국을 상대로 화전 양면책동을 구사해왔다. 한편으로는 대화의 손짓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결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주먹을 날려왔다.  

    북한은 그동안 한 편으로는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인터넷 테러, 임진강 물 테러 등을 자행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현정은 현대회장을 통한 유화메시지 전달,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을 통한 남북대화의사 전달, 남북한 고위 인사들의 비밀접촉 등으로 대남 대화의지를 표시해왔다. 북한은 전쟁적 조치로 전쟁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 그리고 염전심리에 빠져있는 미국 국민과 정부로 하여금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도록 압박을 가하면서, 평화적 조치로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대해 북한 페이스의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인해온 것이다.  

    10일 발생한 북한군함의 NNL침범과 우리 군함에 대한 선제 조준공격은 북한이 그 동안 전개해온 화전 양면책동의 전쟁책동이다. 그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화전 양면책동의 일환이지, 결코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국무총리가 이날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교전을 ‘우발적 충돌’이라고 말한 것은 김정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할 발언이다.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대화의 기회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온 정부 당국으로서는 그것을 ‘우발적 충돌’로 해석하고 싶은 충동이 있을 것이나, 그러한 충동은 억제되어야 한다.

    북한이 전개해온 화전 양면책동의 최고목적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미·북평화협정체결(주한미군철수 포함)을 맞바꾸고, 대한민국과의 협상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이루어진 해남리북(害南利北)의 남북관계 틀을 복원하는 것이다. 최저목적은 미국과 양자회담을 개최하고 그것을 장기화하면서 어물어물 북한의 핵보유국가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대한민국과 회담을 개최하여 기만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대한민국으로부터 식량을 비롯한 물자와 현금을 편취해가는 동시에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핵무기 문제에 대해 침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전개하고 있는 화전 양면책동에 대해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북한의 그러한 목적이 달성되기를 원한다면 북한의 전쟁적 행동에 놀라 자빠지고 북한의 평화적 행동에 환호작약하며 달려가면 된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기를 원한다면 다른 원리에 입각하여 대응해야 한다. 그 원리는 극히 간명하다. ‘화(和)에는 화(和)로, 전(戰)에는 전(戰)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세계역사는 적이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할 때 이러한 원리로 대응하는 것만이 적으로 하여금 ‘전’을 포기하고 ‘화’만을 선택하게 만들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거듭해서 확인해주고 있다. 원리는 이처럼 간명하고 세계역사는 그 원리의 타당성을 보증해주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그 간명하고 타당한 원리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서해교전 직후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옥수수 1만 톤을 제공하기로 한 우리 정부의 제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발표한 데서도 그런 점이 확인된다. 당국은 최소한 북한에 대해 북한이 원하는 것이 우리와의 대결인지 화해인지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게 되면 북에 대한 각종 지원계획이 무산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했어야 한다.  

    북한의 화전 양면책동에 대해 대한민국이 ‘화에는 화, 전에는 전’이라는 대응원리를 확고하게 실천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그 하나는 대한민국의 국민과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과도한 전쟁공포증이고, 다른 하나는 남한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북(從北)-친북(親北)세력의 농간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는 전쟁을 너무 두려워한다. 전쟁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이 ‘전쟁은 무조건 안해야 한다’는 잠재의식을 형성해놓고 있다. 그러한 잠재의식으로 인해 북한이 전쟁적 행동을 가해올 때 군인들은 현명하고 용감하게 전쟁적 대응을 하는데, 정부와 국민은 현명치 못한 비전적(非戰的)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려면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가 전쟁공포증을 버려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국민과 정부가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 

    종북-친북세력은 북한이 평화적 행동을 취하면 그것을 과장 해석하면서 우리 정부에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에 조속히 호응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북한이 전쟁적 행동을 취하면 그것은 북한의 본심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북한의 전쟁적 행동에 남한이 전쟁적 행동으로 대응하면 ‘진짜 전쟁’이 일어난다고 국민과 정부의 전쟁공포증을 부채질한다. 또한 북한의 전쟁적 행동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고 북의 그것에 대해 전쟁적 행동으로 대응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만을 동족상잔을 추구하는 반민족분자이며 전쟁광이라고 매도한다. 이들은 적대국 간의 화해와 평화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기존 경계선을 존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국민과 정부는 이들 종북-친북세력의 농간에 속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