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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로텐더홀을 불법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마은혁(46) 판사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후원회 모임에 나가 후원금까지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노당원 기각 사건으로 검찰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장의 퇴거 요구에 응해서 현장을 떠난 민주당측을 기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10일자 기사에서 법원 안팎에선 마 판사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법관으로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마 판사의 후원회 참석경위 등에 대한 확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민노당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사무총장을 지내다가 작년 총선에서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마 판사가 참석한 모임은 노 대표가 운영하는 민간연구소 후원의 밤과 이곳에서 이뤄진 강연을 책으로 엮은 출판기념회를 겸한 자리였다. 모임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다. 노 대표측은 “마 판사도 대다수 참석자처럼 1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했다.
마 판사와의 관계에 대해 노 대표는 “1980년대 노동운동을 할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인데, 한달 전쯤 마 판사 가족상을 문상(問喪)했더니 답례의 표시로 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마 판사는 이 신문과의 통화에서 “누굴 만나고, 안 만나고 이런 걸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인 모임에 간 것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했고,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의 정치 개입을 불러들이는 행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개인적 인간관계에 따른 사적 활동”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 판사의 행위가 과연 징계할 정도의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법조계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무원인 판사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후보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으나 ‘후원금 기부’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법관윤리강령 역시 판사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돼 있을 뿐이다. 법원행정처 측은 “사실 관계를 더 파악한 뒤에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 판사는 지난 5일엔 올 초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혀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 12명에게 “검찰이 민주당 당직자는 기소하지 않고 민노당 당직자만 기소해서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