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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부정하려면 재판은 왜 받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한 판결을 하면 전면 부정해버리자는 심산
이 나라 운동권의 독특한 행태의 하나는 재판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면, 그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백안시한다는 것이다. 28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용산참사사건 재판에 대한 운동권의 반응과 29일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신문·방송관련 법) 관련 판결에 대한 운동권의 반응은 이 나라 운동권의 그런 특징적 행태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28일에 있었던 용산참사사건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운동권에 소속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판결문을 낭독하자, 그 낭독이 완료되기도 전에 피고들과 피고 측 변호사가 재판정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방청석에 있던 운동권 인사들은 재판부를 향해 ‘썩은 정권의 나팔수’라고 고함을 질러대면서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자행한 행위들은 모두가 법정을 모독하는 범죄적 행위이다.
뒤이어 피고인 측 변호사는 이날의 판결을 ‘정치적 재판’이라고 규탄했으며,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의 재판에 대해 ‘재판부가 사법정의를 포기했다’, ‘재판부는 정의보다는 정치권력의 힘을 택했다’ 라는 비난을 퍼부어댔다.
29일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관련 판결이 운동권의 희망에 반하는 것이 되자, 운동권은 그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참여연대와 언론노조는 헌재의 결정을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미디어법 무효화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법재판소에 미디어법에 관한 판결을 요청했던 민주당도 이러한 운동권의 행동에 동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는 민주당의 위상을 책임있는 국민적 정당이 아닌 운동권의 정치적 표현단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운동권은 이처럼 자기들에게 불리하거나 자기들의 희망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지면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무시하는 반면에, 재판부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 자기들의 희망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리면 ‘사법적 정의가 승리했다’고 찬양한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운동권의 희망대로 야간시위금지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했을 때 운동권은 그 판결을 사법적 정의의 승리라고 찬양했다. 동일한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그들의 희망에 反하는 판결을 내리자 정치적 판결이라고 욕해대는 것과 상반된다.
그들의 행태를 근거로 판단하면, 어떤 판결이 사법적 正義에 부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운동권의 기준은 운동권에게 유리한지 여부 및 운동권의 희망에 부합한지 여부이다. 바꾸어 말해서,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판결은 사법적 正義에 부합한 것이고, 자기들의 입맛에 거스른 판결은 사법적 정의에 반하는 정치적 판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왜 재판을 받는지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판사가 자기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하더라도 그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행동이다. 판사의 판결에 불복할 경우라도, 법률적으로 정해진 불복행동을 벗어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만 수용·찬양하고 불리한 판결은 전면 부정하고 백안시하려면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에는 재판 자체를 거부하고 자기들의 주장만 외쳐대는 것이 옳다.
이치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재판을 받는 것은 아마도 재판을 ‘참고용’으로 생각해서가 아닐가 싶다. 참고삼아 재판을 받아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한 판결을 하면 전면 부정해버리자는 심산인 것이다. 재판에 대해 이러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이 나라 법원과 국민은 진지하게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kon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