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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이사건'을 다룬 (9월 22일 방송)KBS 1TV '시사기획 쌈' 화면 캡처. ⓒ 뉴데일리
일명 '나영이사건'으로 아동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강도높은 처벌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 지역에서 모녀가 동네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뒤늦에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북 포항 소재 한 초등학교 김 모 교사는 지난달 3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토론게시판에 글을 올려 나영이사건과 비견되는 또 하나의 만행을 고발했다.
"아동 성범죄 근절, '과학적·체계적 수사' 절실"
김 교사는 "나영이를 보고 성폭행 당한 제자를 돕다 지쳐있는 초등학교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2008년 초부터 성폭행을 당한 반 아이를 돕다가 너무나 허술한 사회 안전망과 무관심에 절망을 느껴 삶의 의욕마저도 꺾여 가고 있다"며 "오늘도 친아버지에게 10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여중생을 만나고 오면서 도대체 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아이를 보호하고 버텨야 하나 하는 심한 회의가 밀려왔다"고 토로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8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포항 인근 외딴 시골마을에서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사는 은지(12)는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동네 남학생과 아저씨들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한 40대 버스 운전기사는 은지와 함께 지적장애인인 어머니까지 성폭행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연은 지난 해 6월 18일 KBS '추적 60분 - 어느 선생님의 절규 우리 은지를 지켜주세요'라는 방송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게 김 교사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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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명 '은지사건'을 폭로한 김 교사의 게시글 캡처.
김 교사는 "성폭행을 당한 반 아이를 보호하려고 여성회 아동보호센터 경찰서 전교조 등을 방문하고 청와대에 민원도 올리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다 했다"면서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보호하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성범죄 대상이 되는 아이가 많은데 나영이 사건은 그나마 증거가 남아있어서 12년형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 범인을 잡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고, 피해자만 울리고 없던 일로 되어버린다"고 하소연했다.
김 교사는 "성폭행 피해자가 안전한 쉼터에서 보호를 받다가도 어느 날 다시 성폭행 당한 마을로 돌아오는 사례도 봤다"며 "법 개정으로 형량만 높이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마음 놓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관련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나영이사건' 같은 악성 범죄를 사회 전반에서 뿌리뽑아야 한다며 공분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담당 경찰관 "어린 마음에 상처 덧날까 우려"
그러나 이른바 '은지사건'을 담당했던 포항의 한 경찰관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영이사건을 계기로 은지사건도 다시 부각되고 있으나 은지가 현재 모 보호센터에서 보호를 받으며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면서 "그때 일은 모두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는 데 다시 거론하는 것은 어린 마음에 상처만 덧나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일희일비'성 관심과 발언이 오히려 과거를 잊고자 하는 피해자의 심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당시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항변하며 "할수 있는 모든 조사는 다했고 파렴치한 행위를 한 40대 운전기사는 구속까지 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의 인식능력이 떨어져 가해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금이라도 재수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당장은 애를 보호하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게 사회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