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2학년 3명, 등굣길서 괴한에 500m 끌려가다 도망쳐

    8살 여자 어린이가 50대 남성에게 무참히 성폭행을 당한 '나영이사건'으로 여론이 들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9살 된 남자 어린이 3명이 등교길에 납치를 당할 뻔한 사건이 벌어져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초등학교에 다니는 A(9)군은 학교를 가던 중, 친구 2명과 함께 한 낯선 여자에게 붙잡혀 500m 가량 끌려가다 겨우 빠져나온 일을 겪었다.

    당시 이 여성은 A군에게 "C양을 아느냐"고 물었고 A군이 같은 반 친구라고 답하자 갑자기 A군과 다른 친구들의 팔을 틀어쥐고는 신호등을 2개 지나칠 정도의 거리까지 끌고 갔다는 것. 끌려간 장소에는 검은색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마침 차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이 내리는 것을 목격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 자신을 붙잡은 여성의 손을 물어뜯는 등 안간힘을 다해 도망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납치 시도를 당했던 A군의 어머니 B씨가 본지에 직접 제보해 알려졌다. B씨는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이(A군) 위로 5학년짜리 형이 있는데 지난 화요일(29일) '어떤 아줌마가 학교에서 동생을 붙들고 혼을 냈다'고 말해 학교 측에 물어보니 며칠 전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자초지종을 듣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알아본 결과 C양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한 낯선 여자가 자신의 딸을 수소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29일 학교로 찾아가 당시 낯선 여자를 만났던 아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관련 내역을 캐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직접 이 어머니를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니, 이 분 역시 '황당하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는 반응 뿐이었다"고 말했다.

    A군 "납치 시도한 여성 팔에 고무줄로 '칼' 껴 있어"
    B씨 "어제까지도 사건 발생 모르는 직원 수두룩 해"

    B씨는 '나를 끌고간 정체불명의 여성 팔목에 고무줄로 칼이 껴있었다'는 A군의 목격담을 전하며 "최근 성폭행 뉴스를 보고도 걱정이 되는데 이와 같은 납치미수 사건이 실제로 아들에게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B씨는 "학교 측에선 경찰에 인근 순찰을 강화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관련 공문까지 보냈다고 했지만 여지껏 특별히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없었다"면서 "아이 가방을 뒤져봐도 그 흔한 안내장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교감선생님이 학부형을 불러 놓고 '단순히 아이들 주장만 갖고 납치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신고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B씨는 "학교 측 다른 관계자에게서도 '아이들 말만 전적으로 듣고 섣불리 일을 진행시킬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최소한 당시 CCTV도 살펴보고 목격자 등을 수소문하는 일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여자가 다시 안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학교 측의 미진한 후속 조치에 울분을 토했다.

    B씨는 "학교 관계자 중 아는 동생이 한 명 있어 다급한 마음에 어제 저녁(9월 30일) 전화를 해봤는데 화요일 경찰관이 왔다간 사실만 알지 그 경찰관이 왜 왔는지, 학교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기막혀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확대돼 소문이 날 것을 염려한 학교측이 관계자들 사이에 쉬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B씨는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 "파출소에 공문보냈다" 큰 소리 
    본지 취재후 슬그머니 '공문 보내겠다' 전화

    B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학교측 관계자는 "학부형과 일종의 불신의 벽이 있는지는 몰라도 파출소에 엊그제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고 순찰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내장조차 보내지 않는 등 학교 측에서 이번 일을 쉬쉬하고 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아이와 교사들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학교에서 방송으로 고지하고 있다"며 "안내장도 중요하겠지만 학교 입장에선 충분히 관련 사실을 인지시켰다고 보는데, 학부모가 다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지난 주 금요일부터 한 낯선 여성이 교문 앞에 서서 C양을 아느냐고 학생들에게 물어봤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그렇다하더라도 이번 사건이 납치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단순히 정황 진술 만으로 (수사를)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해당 ○○○파출소에 관련 사실을 문의하던 기자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한 경찰 관계자로부터 "학교로부터 아직 관련 공문은 받지 못했고, 조금 전 학교 측 관계자가 '지금 공문을 보내겠다'는 전화를 했다"는 발언을 듣게 된 것. 결국 "엊그제 공문을 보냈다"는 답변과는 달리, 학교측은 구두상으로만 '순찰 강화'를 당부했다가 사건 발생 3일 뒤 본지 취재가 이뤄지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공문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