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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김정일이 “이산가족 만나기를 다시 시작하라”는 한 마디를 하여 남북에 헤어져서 살아온 그리운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기적이 이루어졌습니다. 남쪽에서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모두가 북의 김정일 손에 달렸습니다. 황제 김정일의 윤허가 있어야만 가능한 만남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없습니다. 그저 김정일이 하자는 대로 해왔을 뿐입니다.
59년 전에 헤어진 형제가 만났습니다. 그 때 형은 20세, 동생은 17세, 기구한 운명 아니고서야 이들이 금강산 기슭에서 다시 만났을 때 형은 79세, 동생은 76세 - 늙은 뺨을 비비며 눈물짓습니다.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겠습니까. 한번 만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 뿐입니까. 그렇게 힘들게 만났으면 다시 헤어지는 일은 없어야지요. 북에서나 남에서나 형과 동생이 함께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야 정치 아닙니까.
울면서 또 다시 헤어지는 그들의 비참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태어난 나라가 잘못된 나라임을 거듭 확인합니다. 만일에 이 땅에 정치가 있다면 “모처럼 다시 만났으니 남에서건 북에서건 함께 살게 합시다”라고 하지 못하는 남과 북에 무슨 정치가 있습니까.
눈물 뿌리며 혈육의 정 때문에 서로 통곡할 수 있게 하는 댓가로 “쌀도 달라. 비료도 달라”고 눈짓하는 김정일과 그의 추종자들을 그대로 두고, 사람다운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일 도당을 거꾸러뜨리는 그런 힘찬 정치는 기대할 수 없는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