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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왜 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함석헌 선생은 그의 저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그 책임을 유교에 지울 수도 없고 불교를 탓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나를 잊어버린 죄”가, 신라도 고려도 다 멸망으로 인도한 것이라고 탄식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제도나 문물을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공맹의 도”는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일본이 비록 섬나라이긴 하지만 사람들만은 단단하여, “공자·맹자가 만일 군사를 거느리고 일본을 쳐들어온다면 그 때는 이쪽에서도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그 공자·맹자를 쳐 이기는 것이 ‘공맹의 가르침’을 지키는 것이라”하였다니 얼마나 당돌한 마음가짐입니까. 그래서 아마도 한국은 일본에 이렇게 뒤떨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 못할 한 가지 사실은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는 것입니다.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월등 정직하고,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몇 배 더 경우가 밝습니다. 근년에 와서 일본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잘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일본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선진국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부터 거짓말 안하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안 하게 되면 국민도 따라서 그렇게 될 것 아닙니까. 지도층이 먼저 이웃을 배려하는 미덕을 발휘하면, 야박한 세상이지만, 민초들의 태도도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공자를 탓하거나 부처를 탓하는 일로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