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앞 사거리가 술렁거렸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고성이 오고가는 상황이었다.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라며 막는 경찰과 "말려도 집회를 해야겠다"는 싸움이었다.

    지켜보던 택시기사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대부분 "이왕에 삽을 떴으니까 건설해야지 안 그러면 손해가 얼마야" "동네하나 더 생기는 셈 치면 되지 뭘 저렇게 시위까지 하느냐"는 말도 나왔다. 무슨 일인데 대체 이 소란일까.

    장기표(63)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었다. 20~30명의 전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그는 "농성해야 한다. 저리 비켜라"며 소리쳤다. 20년 전 재야운동가 모습 자체였다. 영원한 재야운동가 장기표가 이번엔 '수도분할 중단을 촉구한다'며 나선 것이다.

    장 원장은 이날 뉴데일리와 만나 "행정도시 건설이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이건 뭐 말도 안됩니다. 보통 웃기는 일이 아니예요"라고 포문을 열었다.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 바로 수도분할"이라고도 했다. 장 원장은 지난 10일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 반대 사회원로 지식인 1000명 서명 기자회견'에서도 "행정도시 건설이라는 중요한 정책을 노무현 정부가 득표전략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 24일 오전, '수도분할 중단 촉구 농성 투쟁'에 나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전경에게 둘러싸여 있다 ⓒ 뉴데일리
    24일 오전, '수도분할 중단 촉구 농성 투쟁'에 나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전경에게 둘러싸여 있다 ⓒ 뉴데일리

    "수도분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겁이 나서 말을 할 줄 모릅니다. 나는 지금껏 스물다섯평짜리 집 한채가 전부인 사람입니다. 무섭다고, 겁난다고 옳지 않은 문제를 제대로 말 못할 처지가 아니예요"

    그는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면 충청도민에게 이익이 많이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면서 "공무원이 세종시에 와 있으면 건물 청소하는 용역사업이나 좀 나아질까, 그 외에는 별다른 이점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근로는 세종시에서 하고 퇴근은 서울로 올라오는 그야말로 유령도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원장은 "연기 공주 지역에 행정도시를 건설해서 공무원 1만명이 근무하더라도 그들 대부분이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집은 서울에 두고 낮에만 그곳에서 근무할텐데 이렇다면 수도권 과밀 해소하는 행정도시 명분이 없어진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되면 국가적 낭비도 크지만 충청도민들이 입을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됩니다"

  • ▲ 24일 오전, '수도분할 중단 촉구 농성 투쟁'에 나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전경에게 둘러싸여 있다 ⓒ 뉴데일리

    그는 수용토지 2290만평 반인 약 1000만평은 원소유자에게 환매조치하고, 나머지 1000만평에는 대학이나 연구소 첨단기업을 세워서 '교육.과학.기업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현 정부에도 쓴소리를 했다. "행정도시 원안건설이 노무현 정부 최대실정인데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정권교체 의미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 산업과 교육,문화 등을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돈이 필요한데 지방산업과 교육 문화 육성에 써야 할 돈을 정부청사 옮겨짓는 데 쓰면 오히려 국가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 된다"고 비판했다.

    "수도는 국가 두뇌에 해당됩니다. 이 머리를 두쪽으로 나누면 반신불구가 되거나 정신분열에 걸려 미치게 되겠죠. 이게 나라가 망하는 길 아니면 뭐겠습니까"

    또 장 원장은 '연기.공주지역 입지조건 부적합' '통일수도 건설 대비' 등을 이유로 행정도시 건설 중단에 힘을 실었다. 그는 "수도를 꼭 옮기려면 반쪽만 옮길 게 아니라 다 옮겨야 한다"고 까지 했다. "물론 다 옮기려면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려면 행정도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장 원장은 행정도시 건설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이날부터 하루에 세 차례씩 (오전 11시~11시 30분/ 오후2시~2시 30분/ 6시~ 6시 30분) 마이크를 들고 서울 광화문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