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이만을 챙기는 풍토를 벗어나서 우리 아이들, 우리 학교, 우리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학부모가 됐으면 해요"

    28일 뉴데일리와 만난 학부모 김혜경씨(52·서울 양천구 목동)는 이렇게 바랐다. 스물다섯살 딸과 대학 재학 중 아들을 둔 김씨는 큰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영국에서 유학시킨 학부모다. 선진 외국 교육을 접한 학부모가 본 한국 공교육의 문제점은 뭘까.

  • ▲ 학부모 김혜경씨 ⓒ 뉴데일리
    학부모 김혜경씨 ⓒ 뉴데일리

         그는 "한국 학부모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주입식 교육이 문제예요. 오로지 '공부' 한가지를 목표로만 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어 "아이들은 다양한 능력을 저마다 갖고 있잖아요. 공부를 잘 하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또는 그림이나 무용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아이 등 여러가지 있는데 한국 교육은 오로지 공부 하나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경험한 선진 교육은 주입식 교육과 크게 달랐다. 김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적성이 무엇인가를 찾아주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선진 교육이었다"며 "우리 교육은 똑같이 공부만 하라니까 학교를 지루하게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부만 중시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공부에 관심없는 아이는 공교육 시스템에 엇나가고 결국 그런 아이가 교실 면학 분위기를 망치기도 해서 종종 문제가 되지만 외국에서는 다양한 것을 교육하려고 시도하는 점이 달라요"

    그의 말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음악회나 체육 등을 통해 공부 외에 아이의 적성과 특기를 찾는다. 김씨는 "아이 교육에 대해서 교사와 부모가 만나는 날이 학기마다 정해져 있다"면서 "자녀가 초등학교 때는 담임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과만 만나지만 상급학교에 가면 강당에서 각 과목별 선생님과 만나면서 아이 적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는 학부모가 직접 과목별 교사에게 자녀 적성이 무엇인가를 찾는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사교육에서 자녀 적성을 찾으려니 시간과 공도 많이 쏟아야 하고 시행착오도 많죠"

    또 김씨는 "교사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는 교사 권위가 있어서 아이가 수업시간에 떠든다거나 대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교사에게 권위가 있으니까 가령 수업시간에 잘 못 알아듣는 아이가 있어도 학생이 교사의 수업 내용이 이해가 될 때까지 묻고, 이런 분위기가 반복돼도 아이가 반항하지 않는 게 당연히 조성되죠"

    김씨는 한국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괄적 평준화"를 꼽았다. "능력별 반편성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몇 엄마에게 물어보니 물어본 엄마마다 교원평가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하더라"며 학부모 분위기를 전한 뒤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교원평가제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예 시행 자체를 안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교원평가제가 인기 투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하던데 교장 교감 1/3 평가, 학부모나 아이 1/3, 외부기관 평가 1/3  등으로 배분해 종합 평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씨는 "아직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학교에서 학부모의 주체적인 참여가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로 학교 용품을 학부모가 공동 구매해 비치하는 것을 들었다. 김씨는 "아이들은 일일이 학교에 갈 때마다 준비물을 챙겨갈 필요가 없이 매일 똑같은 가방을 들고 다녔다"고 했다.

    아이 학용품 구입비용은 교내 다양한 행사를 통한 수익금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학부모가 개최한 음악회나 바자회, 포크댄스의 밤, 연극 등에 학생들이 참여해 티켓 판매 수익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학용품을 공동 구매한다. 김씨는 "이를 통해서 학부모와 교사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기금도 모여 학교에서 필요한 여러 교육사업을 돕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그가 아쉬워 한 점은 '교육과 지역사회와의 협력'이었다. 김씨는 "영국에서의 교육은 학교 교사  학부모 이 세 파트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지역사회와도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각 학교에는 합창단과 합주반이 있는데 각 지역에서는 경연대회도 열고 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학교 단체는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서 연주도 하고,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에는 각 교회에서 초청하는 아이들 연주회도 열린다"면서 "이렇듯 다양하게 영국의 학교는 모든 사람과 또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큰 아이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했지만 작은 아이는 결국 한국 교육에 적응이 어려워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다. "좋은 중고등학교를 갔음에도 불구하고 작은아이는 한국 교육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서 고등학교 1학년 말부터 '자퇴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에서 한국의 여타 부모와 다르지 않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작은 아이는 한국의 지식교육, 공부를 앞세우는 교육이 싫었다고 한다. 자퇴하겠다는 아이에게 차마 용기가 없어서, 그리고 마지못해 우리나라의 체제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겨우 고등학교 졸업만 시키고나서 아이를 위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 교육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서 결국 사교육 중심을 못 벗어나는 것 같아요. 선진 교육처럼 종합적으로 아이 소질이나 적성을 계발하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우리 학부모와 자녀를 공교육으로 불러들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