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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환호하는 1000여명의 시민 앞에서 불끈 쥔 오른 주먹을 높이 들었다. 압도적 지지를 받던 대선 때 유세를 마친 후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청중들에게 답례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린 새마을금고 앞에서 이 대통령을 보기 위해 한 시간씩이나 기다린 시민들은 수행원들을 놀라게 했다. "높아진 지지율을 실감한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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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몰려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8.15 경축사에서 집권 2기 국정기조로 '친서민·중도실용'을 강조하면서 30%대에 안착한 국정운영 지지율은 8월을 넘기며 40%선마저 뚫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R&R)의 지난 1일 조사에서는 46.1%를 기록했다. 최근 청와대 자체조사에서도 40% 중반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국무총리 지명 등 9.3개각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란 점에서 향후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지난 7일 KSOI가 조사한 결과에서 정 전 총장의 후보지명에 대해 '잘한 일'이라는 긍정평가가 43.0%로 부정평가(27.9%)를 크게 웃돌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요인은 단순히 '친서민·중도실용'이라는 기조가 아닌 이에 뒤따른 친서민행보와 정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매주 한두차례 시장과 학교, 어린이집, 농가, 군부대 등 현장을 나서며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직접 지갑을 꺼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통문화상품권(온누리상품권)으로 물건을 사고,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마이크를 잡고 대화를 나눴다. 여기에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등 서민정책이 뒤따랐다.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않는다"는 원칙 아래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 대통령도 "새로운 것은 아니고 일관되게 해온 것이 성과가 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다. 김은혜 대변인은 "앞으로도 서민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는 서민대통령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추세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빌리쿠스 경윤호 대표는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는 친서민·중도실용의 실천에 따른 것"이라며 "단기적 추세는 상승이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지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 냉정하게 보면 국민은 지금 '신뢰유보 상태'"라고 말했다.
경 대표는 "몇달전만 해도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 대통령의 지속적인 행보가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친서민·중도실용은 아직까지는 구호로 존재할 뿐 손에 잡히는 결과로 나온 것은 아니다"면서 "이같은 정책적 성과가 실현될 때 장기적 안정세로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뒤 가진 간담회에서 상인들의 예상을 넘는 환대를 언급하며 "장사가 안 돼서 상인들이 우울해할 줄 알았는데 너무 기뻐하고 환영해서 내가 자칫 장사가 잘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