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우리의 한글이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의 공식문자로 처음 수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물론이고, 집현전의 학자들도, 그리고 한 평생을 바쳐 한글을 연구한 주시경, 이윤재, 최현배, 김윤경 등 여러 선배들 뿐 아니라, 한글 기계화에 남다른 열정을 쏟은 공병우 안과의사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고마운 뜻을 표합니다.

    인도네시아 술리웨시 주 부퉁 섬 바우바우 시는 문자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글을 수출해서 돈이 벌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 수출은 선박이나 자동차나 전자기기 수출 못지않게 중요한 그리고 자랑스러운 수출 품목이라고 여겨집니다.

    하나 더 중요한 품목이 있습니다.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입니다. 동양 3국 중에서 민주주의의 장래가 가장 밝은 나라가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고 한국이라고 작년에 작고한 일본의 저명한 국제적 평론가 카또 슈이찌가 일찍이 예언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된다는 확신도 우리가 힘써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의 금자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래서, 여당인 한나라당도 그 수준에 어울리는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하고, 길거리를 방황하며 장외투쟁 한다는 야당인 민주당의 국회의원들도 제발 볼품은 없지만 여의도에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으로 돌아와 토론도 하고 반대도 하고, 의장이 마침내 표결에 붙이겠다고 의사봉을 때리면, 수가 많은 경우에는 이기고 수가 모자라면 질 줄도 알아야지요.

    투표는 해보지도 않고 “악법이다” “불법이다”라고 소리 지르며 주먹질·발길질이나 하면서 임기를 마치면 국민을 위한 입법 과정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세비만 받아 챙기는 불로소득의 건달 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겁니까. 일반 국민이 그 꼴을 보면서 느끼는 분노와 불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학생도 선생도, 회사 사원도 회사 사장도 모두 가장 수준 높은 자유민주주의를 힘써야 할 때가 아닙니까. 해마다 측정되는 경제규모가 그래도 5위권에는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닙니까. 과거 영국이 대서양의 시대에 우뚝 섰듯, 태평양의 새 시대에 우뚝 서야 할 나라 대한민국! 더 좋은 자유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수결”의 원칙을 받아들이고 결과에 승복합시다. 그리하여, 한글만 아니고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